올해는 조선 남종화의 창시자로 알려진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1707~1769년)의 탄생 300주년.

현재는 겸재 정선,관아재 조영석과 함께 조선 후기 사대부 출신 화가들인 '사인삼재(士人三齋)'중 한 사람이다.

스무 살 때 겸재 정선의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으나 조부(심익창)가 영인군(훗날 영조) 시해모의 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어 역적 가문으로 몰린 후에는 중국의 화보(畵譜) 등을 스승 삼아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심사정 탄신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현재화파전'을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는 조선 남종화의 대표작 '촉잔도권(蜀棧圖卷)'을 비롯해 중국 화보를 베끼며 오파남종문인화풍을 익히던 초기작 '와룡암소집도(臥龍庵小集圖)',금강산의 절경을 골기(骨氣) 어린 필법으로 표현한 '장안사''만폭동''만경대''명경대''보덕굴' 등 50여점이 망라된다.

현재의 생애와 조선 남종화의 탄생,조선시대의 미술사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촉잔도권'은 현재가 죽기 한 해 전인 1768년 조카의 청을 받아 그린 길이 8m의 두루마리 산수화.중국 쓰촨(泗川·옛 촉나라)성으로 들어가는 300리길의 비경을 상상해 그린 수작이다.

'촉나라로 가는 길목의 험난함이야말로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렵다'는 이백의 시처럼 인생의 굴곡진 여정이 화폭 속에 잘 녹아있다.

특히 이 그림은 1936년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전형필(全鎣弼) 선생이 당시 큰 기와집 열한 채 값인 1만1000원을 들여 구입,손상된 부분을 복원 수리했다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또 화집 '방고산수첩'에 실린 '연강운산(堧江蕓山)'은 험준한 바위와 안개,강 등을 마음껏 휘두른 현재의 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인상 최북 강세황 등 동시대 동료나 제자의 작품 50점도 함께 전시된다.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연구실장은 "현재는 중국 화보(畵譜)를 베껴 그리면서 배운 12가지 준법과 스승인 겸재로부터 배운 꼿꼿한 화법을 바탕으로 중국 남종화를 자기식으로 소화해 조선시대 미술을 세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02)762-04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