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가치창조경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성과를 거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가치창조경영을 도입한 기업 가운데 미미하게라도 효과를 본 기업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 일부는 가치창조경영 시스템을 도입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주당 순이익 등 성과지표가 예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무엇이 가치창조경영의 성패를 갈랐을까.

전문가들은 가치창조경영이 열매를 맺으려면 우선 대내외에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닥터 페퍼'와 '세븐업' 등으로 유명한 '캐드베리 슈웹스(Cadbury Schweppes)'가 대표적인 케이스.1990년대 초반까지 이 회사의 일관된 목표는 코카콜라와 펩시를 따라잡는 것이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점점 뒷걸음질치기만 했다.

1996년 취임한 존 선더랜드 신임 사장은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직원들의 몸에 배어있는 성장지향적 사고방식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더랜드 사장은 가치창조경영에 대한 회사의 확고한 신념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했다.

기관투자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그는 "회사의 목표는 맹목적 성장이 아니라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며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도 주주가치를 기준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5년 안에 주가를 두 배 이상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지향점도 제시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꾸물거리던 주가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주가는 4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가치창조경영은 적절한 성과보상 프로그램과 맞물려야만 위력을 발휘한다.

독일의 지멘스는 1998년 가치창조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보상 프로그램부터 뜯어 고쳤다.

극소수에 한정됐던 인센티브제도를 간부직원 전원으로 확대하고 오락가락하던 잣대도 'EVA(경제적 부가가치)'하나로 통일했다.

복잡한 성과지표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표가 단순할수록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는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정체되던 매출이 늘기 시작했고 주가도 꼿꼿하게 일어섰다.

원활한 의사소통도 가치창조경영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말단 직원의 아이디어 하나가 회사의 명운을 가르기도 한다.

GE의 '워크아웃 타운 미팅'이 모범사례로 자주 꼽힌다.

이 미팅에서는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하급직원도 최고경영자(CEO)와 머리를 맞댄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가치창조경영의 성과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덩치가 큰 그룹의 경우 계열기업별 또는 사업단위별로 주주가치에 대한 기여도를 꼼꼼히 분석해 자본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적자사업이나 한계사업은 즉시 철수하고 대신 부가가치창출 잠재력이 큰 첨단유망산업으로 돈줄을 돌려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은 2005년부터 가치창조경영의 모범이 될 만한 기업들을 발굴,시상하고 있다.

올해는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17개 기업과 단체를 선정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