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회사원 김정환씨(38)는 퇴근길에 휴대폰을 이용해 집안 온도를 높이고 조명을 조절한다.

집에 들어설때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차에서 내리자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누를 필요가 없다.

김씨가 사는 층에 알아서 멈춘다.

집안에 들어가니 즐겨듣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물 온도를 알맞게 맞춰주는 스마트 욕조에서 쌓인 피로를 푼다.

#장면2.주부 박미영씨(35)는 동창회 채비를 위해 옷장 앞에 섰다.

매직미러가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 지 번갈아 보여준다.

아이 모습을 확인해 보니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CCTV 화면이 나온다.

차에 타고 나서야 가스밸브를 내리지 않은 게 떠올랐다.

휴대폰을 이용해 가스밸브를 잠그고 조명도 껐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집안의 가전·디지털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 언제 어디서나 제어하는 홈네트워크 기술이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홈네트워크는 도입 초기만 해도 가전제품 제어를 중심으로 한 홈오토메이션을 의미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네트워크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외부인 침입과 화재,가스 누출을 탐지하는 홈시큐리티,네트워크를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공유하는 홈엔터테인먼트,원격진료를 제공하는 홈헬스케어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바로 '유비쿼터스 홈(U-홈)'이다.

홈네트워크 산업은 성장성이 유망한 분야다.

한국홈네트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가트너는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이 2010년 16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거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건설회사를 비롯해 가전,컴퓨터,통신,게임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제휴를 통한 짝짓기도 활발하다.

"집안에 있는 컴퓨터,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 등 모든 디지털 가전기기를 하나로 묶고,그 안의 정보를 공유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07'에서 밝힌 '디지털 홈'의 청사진이다.

가정용 홈서버에 영화 음악 사진 게임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HP를 비롯한 PC업체들은 PC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해 '홈 미디어서버'로 발전시킨다는 생각이다.

디지털TV도 웹서핑,메일 등 PC 기능이 가능할 정도로 똑똑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TV(IPTV)의 등장은 TV를 더 이상 '바보상자'로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소니와 MS는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3'과 'X박스'를 셋톱박스로 활용,디지털홈의 중심기기로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홈비타'와 '홈넷'이라는 브랜드의 홈네트워크 솔루션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집안의 기기 제어는 물론 디지털TV와 PC,휴대폰 등 각종 IT기기를 하나로 연결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솔루션이다.

삼성전자는 대구 태왕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작년 말까지 삼성물산 래미안·트라팰리스,풍림,한승 등 전국 26개 아파트 단지에 홈비타를 설치했고,올해에도 20여개 단지에 홈비타를 설치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해 홈넷 솔루션이 설치된 인천과 광주 삼라 마이더스빌 아파트 입주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2만가구에 홈넷 솔루션을 설치할 예정이다.

건설회사들은 홈네트워크 서비스의 최선봉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홈네트워크 솔루션과 기술이 소비자와 만나는 공간이 바로 주택이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미래형 최첨단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홈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은 U-홈의 신경망인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건설회사 및 홈오토메이션 업체들과 제휴,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를 기반으로 한 홈오토메이션·시설관리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무선랜 네스팟,TV포털 '메가TV'를 통해 기존 주택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홈네트워크 서비스인 'D홈'을 출시했다.

외부에서 가전제품을 휴대폰으로 제어할 수 있고 침입·화재·가스누출 감지장치 작동도 가능하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