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10·4 남북 공동선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 조치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선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 언론들은 남북 정상이 현행 정전 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 협정을 추진키로 한 합의사항에 특히 주목했다.

◆해외 주요국 반응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남북대화는 6자회담의 맥락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미 백악관은 같은 날 논평에서 좀 더 강한 어조로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강조했다.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평화협정 체결,미·북 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자국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토록 한 협정을 준수하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한반도 지역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키로 한 것도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지켜져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우리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적극적 성과에 환영을 표시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은 대화를 통한 남북 양측의 관계개선과 화해,협력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핵 문제와 납치자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또 한국이 대북지원을 주도하면서 일본 정부가 견지해온 대화와 압력이란 노선의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고무라 마사히코 외상은 "우리는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앞당기고 싶다"며 "(과거 식민지 지배 등) 과거 청산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보여줘 북한의 정치적 결단을 끌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신조 정권에서 후쿠다 야스오 정권으로 바뀐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북한 측의 반응에 따라 북·일관계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외신,평화 협정 추진에 비상한 관심

미국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개혁과 양국 간 유대를 강화할 대규모 경제 프로젝트 합의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공동 선언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의 후속 조치적 성격이 강해 '새로운 장'을 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 인터넷판은 한국전쟁 이후 50여년 만에 남북이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또 사설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 쪽에 모종의 신호를 보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도 남북 간 평화 협정 추진을 대서특필했다.

니혼게이자이,요미우리 신문 등은 한국전쟁 종결을 위해 남북한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전쟁 종결을 위한 4자협의'라는 톱 기사를 통해 "남북한은 이번 선언을 통해 대규모 경제 협력을 진전시켜 한반도의 비핵화와 긴장 완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들은 4일 남북 정상 간에 서명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을 주요 기사로 신속하게 다뤘다.

관영 신화통신은 "동북아의 정세가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며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이제부터 구체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해 통일을 앞당기겠다는 양국의 의지가 이번 공동 선언에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국영 NTV는 "평양과 서울이 불가능한 일을 해 냈다"면서 서해 공동 어로구역 설정,경의선을 이용한 중국 올림픽 단일 응원단 참가 등의 합의 사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 외신은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들였지만 남북 관계에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3일간에 걸친 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긴장 관계를 변화시킬 별다른 내용이 없었고 남한 측도 뚜렷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하영춘/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최인한/장규호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