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4일 오전 '2007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10·4 남북공동선언' 형식으로 발표한다.

두 정상은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230분간의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틀째인 이날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할 것을 전격 제안했다가 자진 철회했다.

선언에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경제협력,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제반조치 등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사항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양측 실무진이 조율한 선언 형태의 합의문에 직접 서명한 후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3일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친 회담에서 충분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대통령께서도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합의 내용은 선언의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며,내일(4일) 오찬 전에는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선언문에 담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으나 "준비해 온 의제들은 거의 모두 개진했다"며 한반도 평화정착,경제협력,화해와 협력 등 각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 양측 실무진은 정상 간의 합의 내용을 토대로 선언 내용과 구체적인 문안 조율 작업을 벌였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4분부터 오전 11시45분,오후 2시45분부터 4시25분까지 백화원 영빈관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4시간가량 의제를 논의했다.

회담에는 남측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이재정 통일부 장관,김만복 국가정보원장,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북측에선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이 배석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1차회의가 끝난 뒤 평양 옥류관에서 남측 방북대표단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오전에 (김 위원장과) 숨김없이 진솔하게 얘기를 나눴다.

분명하게 (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논쟁은 따로 없었지만 한 가지 솔직히 벽을 느끼기도 했다.

남측은 신뢰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북은 의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불신의 벽이 있었다"며 "그 중에서 개혁·개방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그렇다"고 예를 들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속도에 있어서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장애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개성공단의 경우 우리 식의 관점이 북이 볼 때는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역지사지 하지 않은 표현"이라며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도 역지사지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대동강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인민문화궁전에서 김 상임위원장 등 북측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해 답례 만찬을 주재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경협과 관련,"장기적인 청사진과 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속적으로 포괄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서로의 장점을 살려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 거점을 단계적으로 넓혀나간다면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경제공동체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2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내일(4일) 오찬을 시간 품을 들여서 편안하게 앉아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는 게 좋겠다.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 모레(5일)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노 대통령에 제의했다가 회담 말미에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다.

남측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합시다"고 자신의 제안을 철회했다.

평양=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