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가격 남용(濫用)행위 금지와 관련하여 가격의 결정, 유지, 변경 등 그 어떠한 경우에도 가격규제를 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법과 시행령 간의 불일치를 보완하는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누가 보더라도 종전보다 가격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마디로 이것은 시장원리에 반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에 다름아니다.

우선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하지만 시장지배적사업자면 모든 경우에 걸쳐 가격통제를 해도 된다는 발상 자체가 지극히 후진적이기 짝이 없다.

통신요금에서 보듯 지금도 이런저런 명분으로 가격통제를 하는 분야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공정위가 이를 시정하자고 주장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규제를 신설하겠다니 이런 역행이 있을 수 없다.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다.

공정위는 정당한 이유없이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가 '공급'에 필요한 비용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은 경우를 적시하고 있지만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가 수요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공급측 요인으로만 결정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뿐만 아니라 가격이나 이익률이 해당 업종의 통상적인 수준보다 현저하게 높은 경우도 문제 삼겠다는데 그런 식이면 어느 기업이 더 높은 수익을 향해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 나서겠는가.

공정위의 의도가 경쟁을 촉진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모든 기업들을 아예 평준화시키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공정위가 이런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인식했으면 철회(撤回)해야 함에도 규제당국의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방식으로 이를 피해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가격규제의 적용요건을 강화하거나 예외조항을 두는 쪽으로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그럴 듯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렇게 되고 나면 규제당국의 재량권이나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지고 기업들이 눈치보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다.

이를 모를리 없는 공정위가 문제를 이런 식으로 풀겠다고 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위가 경쟁촉진이라는 그 본래의 임무를 생각한다면 가격규제 강화가 아니라 그 반대로 가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