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들먹거리는 사람들(법조인들)이 보기 싫어서 숫자를 늘리자는 수준에서 고민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총정원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특정 이해단체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 1일 출입기자들과의 만찬 회동에서 "우리나라 소송시장만 보고 법률 전문가를 양성하면 실패한다"면서 "그런데도 일부 대학교수들은 (로스쿨 학생과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로스쿨 입학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대학과 법학계 주장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는 그러나 "영어 잘 하고 국제 감각 있는 변호사가 없어서 입는 손해가 얼마나 크냐.지금이라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률가를 키워야 한다"면서 "특히 통신 물류 법률 의료 등 네 가지 분야는 중국이 못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로스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정아씨 사건을 계기로 최근 불거진 검찰과의 영장 갈등과 관련,이 대법원장은 "수사관행은 그대로인데 검찰의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는다"면서도 "검찰이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것을 법원이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구속은 판사의 권한이 아니다.

당신 책임으로 하라니까 권한으로 착각하는 판사들이 있다"며 법원 내부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영장 문제는 대법원장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나름대로 영장 발부 기준이 있지만 판사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대법원장의 지시로 영장이 기각된 게 아니라 영장 전담 판사가 나름의 기준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예전에 내가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가 법조3륜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한통속이 아니라는 취지"라며 "삼륜이라고 하면 국민들은 '셋이 뭔가 짜고 우리를 군밤 먹이는 짓거리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