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 정상회담이 2일부터 열리면서 남북 화해 협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에 이어 해주 신의주 등이 새로운 경제특구로 열릴 경우 남측의 자본 및 기술과 북측의 저렴한 노동력이 결합해 남북한 모두에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정통한 국내 법률가들은 높은 이상과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남북경협이 성공할 수 없다며 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형식적으로 '북한법인'으로 규정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남측 기업 간 분쟁,혹은 남측 기업과 북한 노동자 간 분쟁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남북간에는 상사(商事)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양측의 위원 명단까지 교환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중재를 담당할 '중재원' 명단은 아직 교환하지 못했으며 설사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상사' 이외의 다른 많은 분쟁을 해결할 수단이 없다.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1991년 양측이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는 화해 협력에 관한 기본강령을 갖추고 있는 잘 만들어진 것이지만 남측은 국회 비준을 얻지 못했고 북측도 규범력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섭 법무법인 렉스 변호사도 "현재 개성공단에는 임금 노동 등에 관한 70∼80여개의 법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며 "각종 법규들을 만들기 위한 '남북법률가회의'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북한이 특구에서나마 시장경제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시장경제 관련 법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간에 신뢰할 만한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개성공단 관련 법제를 연구해온 정창호 대법원 재판연구관(판사)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에는 양도 담보 설정 등의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강제)경매 등을 통해 해결할 방법은 없다"며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분쟁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의 민사집행법을 근간으로 한 '개성공업지구 강제집행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양영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판사)은 "행정 업무를 맡는 관리위원회와 별개로 개성공단에서만 사법권을 갖는 '특별재판소'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남북한 모두 판사를 파견해 공동으로 운영하되 대부분의 소송은 북측 판사가 맡고 형식상 '북한법인'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 등 남측 당사자 간 분쟁만 남측 판사가 담당하자는 설명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