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분할 후 재상장된 지주회사 CJ는 하락하는 반면, 사업회사 CJ제일제당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재상장된 뒤 지주회사 약세, 사업회사 강세는 올 들어 여러 번 목격됐다.

SK(지주회사)와 SK에너지(사업회사), 네오위즈(지주회사)와 네오위즈게임즈(사업회사), 한진중공업홀딩스(지주회사)와 한진중공업(사업회사)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같은 회사에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됐을 뿐인데 왜 지주회사 주가는 떨어지고 사업회사는 오르는 걸까?

우선 지주회사는 사업회사와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지주회사는 직접적인 사업을 하지 않고 사업자회사들의 지분만 보유한다. 주요 수익원은 자회사들에 대한 지분법 이익, 계열사들에게서 받는 브랜드 로열티 등이 전부다.

따라서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 하에서 실적을 최대한 높이려면 기존 자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지도록 지속적인 투자를 하거나,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해 전망 좋은 신규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7일 지주회사 CJ에 대해 “유통, 미디어, 엔터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해 유가증권을 처분하거나 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보유 현금이 많지 않아 대규모 투자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지주회사는 구조적으로 초창기에 실적이 좋게 나오기 어렵다. 따라서 분할 후 자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초반에 다소 주춤하게 되는 것이다.

지주회사가 분할 후 재상장 초기에 약세를 보일 이유는 또 있다.

대신증권의 이정기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CJ의 주가가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판단되면 대주주인 이재현 회장의 추가지분 취득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처럼 대주주가 지주회사 지분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경영권을 안정화할 수 있을 만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회사측에서는 주식을 최대한 싼 값에 살 수 있도록 지주회사의 주가가 최대한 낮아질 때까지 인위적인 주가부양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한 지주사 전환 후 3~6개월 동안 대주주가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사업자회사 지분을 인수하고 지주사 주식을 나눠주는 주식교환(스왑거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재상장 초반의 지주회사 주가 약세 요인이 된다.

지주회사 신주가 증가하면 그 만큼 주가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지주회사인 SK의 주가가 12%대로 크게 뛰었다. 최근 SK가 SK에너지 주식 1400만주를 공개매수하고, SK 신주를 1067만주 발행해 나눠주는 주식교환을 결정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SK 신주가 적게 발행된다는 소식에 주가 희석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보통 지주회사 투자는 주식교환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이후에 나서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재상장된 지주회사 주가가 그리 신통치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이 기업 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화되고, 핵심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지주회사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일부 자회사가 부진하더라도 다른 자회사들이 호조를 보이면 보완할 수 있는 지주회사의 분산투자형 비즈니스 모델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편, 사업회사가 재상장 후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한마디로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사업회사인 CJ제일제당에 대한 분석을 보자.

정재원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당은 분할 후 식품과 무관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므로 사업확장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들고, 국내 식품회사 대표업체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본업에만 신경 쓰면 되므로 과거 지주회사가 할 일까지 떠맡았던 시절의 주가 할인 요인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분할 후 재상장된 시점에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둘만 놓고 투자를 결정한다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요인보다 긍정적 면이 더 부각되는 사업회사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더 좋을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