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 3단계 중 두 번째인 '불능화와 신고'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6자회담이 27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북한 회담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개막에 앞서 26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표와 만찬을 겸해 회동한 후 "(이번 회담에서)결과를 만들자는 데 (미국)힐 대표와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선 북한이 연말까지 공개할 핵물질 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즉 '신고'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특히 연말까지를 시한으로 북한에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에 쓰는 알루미늄관을 러시아에서 수입한 사실을 최근 시인하고도 무기 개발용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회담 고위 관계자는 "신고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얼마나 진지한가를 볼 수 있는 최초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각에서 최근 북한이 시리아에 핵기술을 넘겼다는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하는 등 강경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은 회담에 부담이다.

이 때문에 회담이 진통을 겪을 경우 합의문이 나오더라도 '낮은 단계의 합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면 비핵화 2단계를 연내에 마치기 어렵고 '내년 중 종전 선언' 일정에도 빨간 불이 켜지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합의문을 내기 전엔 귀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원칙에는 동조하고 있다.

천영우 회담 대표는 26일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능화에 대해서는 남북한과 미·일·중·러 6개국이 이미 앞서 여러 차례의 실무그룹 회의를 열어 합의문의 큰 그림을 만들었다.

연내 완료가 목표이기 때문에 불능화 대상인 영변 원자로·재처리시설·핵연료봉 공장 등 3개에 대해 원자로를 식히거나 연료봉을 빼는 등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생략하고 핵심 장치를 제거해 기능을 반영구적으로 정지시킨다는 데 이미 원칙적 합의가 돼 있다.

원자로는 제어장치,재처리시설은 핫셀(hot cell)을 제거하는 방향이다.

미국은 불능화와 신고의 대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한·미·중·러는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용어풀이 ]

◆북핵 폐기 3단계

-1단계/폐쇄(shutdown)/시설 가동 중단,접근과 수리 못하게 봉인

-2단계/불능화(disablement)/핵심 부품 제거,기능 반영구적으로 정지

-3단계/해체·폐기(dismantlement)/원자로와 관련 시설 해체,생산 물질 반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