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권석 기업은행장의 '편지 경영'이 화제다.

강 행장은 지난 7월16일부터 매주 월요일 8800여명의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단합과 격려,은행의 갈 길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강 행장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정의 화목,건강의 소중함,대인관계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 등을 진솔하면서도 감성적으로 전달해 임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굴반찬'을 주제어로 내세운 9월17일의 편지.강 행장은 이날자 편지에서 자신의 집에 있는 독특한 반찬 한 가지를 소개했다.

이른바 '얼굴반찬'이라고 한다.

그는 야근 등으로 귀가가 늦고 이로 인해 늦은 식사를 하게 될 때 자녀들을 식탁에 불러 대화를 나누곤 했다고 전했다.

얼굴 볼 기회가 많지 않아 이렇게라도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이들의 얼굴이 곧 맛있는 반찬이어서 늦은 식사라도 맛있게 먹었으며 이는 힘든 사회생활의 버팀목이 됐다고 회고했다.

최근엔 장성한 자녀가 오히려 강 행장에게 '얼굴반찬' 노릇을 해 달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 연휴 기간 중 가족과 대화하고 배려하는 귀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결혼한 남성들은 가급적 처가를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아내에 대한 기본 도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8월20일자에는 가사불이(家事不二)를 화두로 던지기도 했다.

'가정이 행복해야 일이 잘 된다'는 말이다.

강 행장은 7월23일자엔 "연예인 배용준을 닮자"고 제시하기도 했다.

배용준씨가 매니저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연예인 1위에 꼽혔는데 그 이유가 월급을 많이 주거나 해외에 자주 갈 수 있어서가 아니라,배용준씨가 같이 일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아끼기 때문이라고 강 행장은 전했다.

강 행장은 "우리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직장 동료들과 보내는데 동료들을 귀하게 생각하고 아낀다면 한 가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행장이 편지를 경영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16일부터.턱 안에 염증이 생겨 장시간 얘기하는 것이 곤란해진 것이 직접적 배경이다.

하지만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차분히 정리해서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할 정도로 '편지 예찬론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턱 안 염증이 조만간 완치되더라도 임직원에게 보내는 '월요편지'는 임기 만료 때까지 계속 쓸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