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선원사는 1998년부터 절 인근에서 유기농법으로 연을 재배해 차,냉면,국수,비누 등의 웰빙 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한 평의 땅도 없이 1만5000평을 빌려 지역민들과 함께 농장처럼 발전시켰고 3~5년 후면 월 1억~3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 주지 성원 스님의 설명.사찰이 가진 잠재적 자원과 가치를 잘 이용하면 사찰 운영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아직 불교계에서 드물다.

도심포교당 위주로 신자 분포가 바뀌면서 전통적인 산중 사찰들의 살림살이가 예전에 비해 무척 어려워졌지만 적극적인 타개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북한산의 한 사찰 주지는 "우리 절이 진 빚이 50억원가량 된다"며 "경제적으로 극빈층에 처해있는 것이 오늘날 개별 사찰의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일부 스님들의 호화·사치 행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찰의 살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최근 들어 불교계에서 "사찰에도 경영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잦아지는 이유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공동의장 성관·효림)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한국사찰의 위기,대안과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었던 네 차례의 세미나 성과를 모아 낸 사찰경영연구자료집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사찰의 현주소에 대한 진단과 문제 제기,사찰재정 위기에 대한 대안과 해법,미래지향적 신도조직 운영 전략과 과제,사찰 관련 법령과 제도개선 과제 등을 담고 있다.

정웅기 불교아카데미 사찰경영연구소 부소장은 "오늘날 사찰이 처한 환경과 자원,가치 등을 볼 때 경영마인드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급변하는 시대를 읽고 내부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사찰경영 혁신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은 "신도들의 시줏돈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친다"며 "스님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찰 재정의 위기는 특히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찰경영컨설팅 산림의 김관태 대표는 "불교의 경우 1994년을 기준으로 할 때 월 1회 이상 종교 행사에 참여하는 정기적 신행층이 신자의 21%인 218만명에 불과해 개신교(84%),천주교(73%)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진단했다.

또 사찰의 수입 항목 가운데 기도·재·인등·등·불전 수입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 수입구조가 지극히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신도 감소가 시주금 감소로 이어져 사찰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김 대표는 따라서 주차장 운영,상가 임대 등의 사업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해사·전등사 등에서 실시하는 수림장 사업이나 장류나 차 생산 등 새로운 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도를 '고객'으로 보고 고객 만족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며 회원제 시주문화 정착,사찰의 자체 브랜드 개발,지역민과 밀착한 사업프로그램 개발 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봉석 조계종 총무원 법무팀장은 사찰운영 활성화를 위해 주지 추천제나 공개 채용제 도입,불사와 관련한 사찰예산 공개,스님들의 사후 재산 기증제도 실시 등의 제도 개선을 제안했고,법안 스님은 비대한 교구 분할과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