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발생하는 스캔들은 대부분 '그놈의 정(情)' 때문에 일어난다. 한국인 특유의 '뜨거운 정'은 소중한 것이지만,정 때문에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해선 안된다."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안다는 인요한(47ㆍ본명 린튼 존) 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센터 소장이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한국 문화의 문제점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지난 18일 저녁 서울 염곡동 KOTRA 사옥에서 열린 '외국인이 본 한국인'이란 주제의 강연에서다.

인 소장은 "한국사람들에게 정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지만 정은 공사(公私) 구분을 힘들게 만든다"며 "글로벌 시대에 정 때문에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의 타협할 줄 모르는 태도와 파벌 다툼에 대해서도 쏘아붙였다. 인 소장은 "타협은 본래 양측이 모두 이기는 '윈-윈'의 개념인데 한국인들은 타협 자체를 패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및 의료 개방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개방이 필수인데도 개방을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에 늦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를 나온 인 소장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푸른 눈의 순천 촌놈'으로 불린다고.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