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된 예금보험공사 직원이 파산 법인의 재산관리인에 선임돼 재산을 관리하는 '아찔한' 상황이 빚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정인창 부장검사)는 사기 범죄를 저지른 뒤 예금보험공사에 취직해 부산 P저축은행 관재인으로 활동해 온 유모씨(54)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모은행 지점장이었던 유씨는 2001년 4월 이모씨에게 경기 성남 남한산성 주변의 국유지를 불하받게 해주겠다며 3000만원을 가로챈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성남 자곡동 일대의 그린벨트 2만여평을 해제한 뒤 매입해 주겠다고 속여 교제비 등의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더 뜯어냈다.

이런 사실을 감춘 유씨는 은행 지점장 경력 등을 활용해 2003년 1월 예금보험공사에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고 피해자 이씨는 뒤늦게 같은 해 11월 유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유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검거에 나섰으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지명수배조치를 내리고 기소중지했다.

지난해 6월 부산지법은 파산한 P저축은행의 재산관리인으로 예보를 지정했고 예보는 다시 유씨를 대리인으로 지정,'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

검찰은 지난달에야 유씨의 신병을 확보해 구속했고 유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뒤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자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지명수배자가 파산법인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대리인에 선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개선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예보는 "채용당시 신분상 문제가 없었고 사건이 불거진 뒤 관재인을 바로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