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박사'신정아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18일 밤 기각됨에 따라 신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당초 신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변 전실장과 연관된 혐의를 밝혀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씨가 영장기각 직후 풀려남으로써 검찰의 '先 신병확보-後 추가혐의 입증'전략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검찰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정동기 대검차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가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검찰은 신씨에 대해 횡령 등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지만 혐의추가가 당장 이뤄지기 힘들어 수사의 장기화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당초 검찰은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고소·고발한 사문서 위조 등 4개 혐의를 적용하면 신씨를 구속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구속영장에도 1~2개 혐의가 아닌 4개 혐의를 적시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허위박사 학위를 제시한 혐의(사문서 위조)만으로는 구속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번 영장 기각은 검찰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보다 확실한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수사 초기부터 압수수색 등으로 물증을 확보해야 함에도 수사개시 40여일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벌여 결정적인 혐의를 찾는 데 실패했다.

신씨에 대한 비호의혹 사건이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문서위조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무려 40여일이나 소모한 셈이다.

검찰이 뒤늦게 대검중수부 자금추적 전문가들을 투입한 것도 너무 늦었다는 시각이 많다.

애초부터 대검중수부팀을 투입해 수사에 적극적이었다면 이 같은 창피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추가혐의를 밝히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검찰은 신씨가 성곡미술관 재직 당시 대기업 후원금을 유치한 과정과 이 중 일부를 횡령했는지에 수사력을 모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씨가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면서도 2억여원의 돈을 증권계좌에 넣어두고 생활할 수 있게 된 점을 둘러싼 자금의혹 부분에 대해서도 파고들 계획이다.

검찰은 또 신씨의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총감독 선임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비호를 받았는지도 밝힐 예정이다.

변 전 실장에 대한 수사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씨에 대한 영장기각을 변씨 수사로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검찰은 변 전 실장이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지주로 있는 울산 흥덕사에 지자체 지원금이 지원되도록 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울주군이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은 특별교부금 가운데 10억원을 문화사업 명목으로 흥덕사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엄창섭 울주군수를 서울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영배 스님의 사무실과 흥덕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현재 변씨가 장기투숙했던 호텔형 아파트인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 호텔'의 13개월치 숙박비 2600만원을 제3자가 대납한 혐의에 대해 집중조사에 들어갔다.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횡령혐의를 밝히지 못한다면 신씨를 불구속 기소하더라도 실형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신씨와 변씨가 자유로운 상태인 만큼 변호인단의 공동 대응도 검찰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