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이성천씨(39)가 평론집 '시,말의 부도(浮圖)'(국학자료원)를 내놨다.

그가 2002년 등단한 뒤 지금까지 써 온 24편의 글을 엮은 것이다.

이씨는 이번 평론집을 통해 시가 갖는 근본적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시의 근본은 삶을 이끌어가는 참된 정신들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한 것.

제목에서 시를 '말의 부도(浮圖)'라고 표현한 것도 시가 '우리 시대 참된 정신의 사리(舍里)를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부도는 스님들이 입적한 뒤 나온 사리를 모아놓은 탑.

이씨는 또 "생활의 의미보다는 이미지가,삶에 대한 사유보다는 현상에 대한 즉자적인 반응이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서정의 뿌리와 생각의 깊이를 동시에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말의 부도'를 가운데 두고 벌이는 '사유의 탑돌이'인 시야말로 사유를 자극하고 삶의 중요성을 각성시킨다는 것이다.

이씨가 여성,전쟁,생태 등 삶의 다양한 무늬를 다룬 시들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인 이재무씨를 두고 쓴 '상처의 힘'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벗어나기를 원하는 시인의 의도를 깊숙하게 비춰낸다.

시인 정숙씨의 작품을 분석한 '여성들을 위한 광시곡'에서는 금기와 위반의 경계 지점에 서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잘 포착해낸 점에 주목한다.

이씨는 이번 평론집에서 개별 시에 대한 미시적인 해석뿐 아니라 근대 한국문학을 정리할 수 있는 이론의 틀을 가질 것도 주문하고 있다.

특히 '한국 문학의 근대성'에서 한국 문학의 특수성을 담아낼 수 있는 '의미망'을 만들어야 현재 한국 문학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