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최형산 상진 대표(47).노동부가 인정한 국내 14번째 기능한국인인 그는 27년간 오직 한길,농업용 폴리에틸렌(PE)을 개발하는 데 투신해왔다.

매출 300억원으로 PE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이자,연구개발자이자 박사 코스를 밟고 있는 전천후 기능인이라는 평가다.

그는 기능한국인 선정 소감에서 "장차 플라스틱대학을 세워 플라스틱 필름 산업을 이끌 후배 기능인들을 많이 배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업경영을 넘어 대학을 세워 후학을 키우겠다는 것.

그의 삶은 PE와 함께 한 삶이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한 최 대표는 1981년 전북 이리공고를 졸업하자마자 대한합성에 수습공으로 입사,평생 함께 할 플라스틱과 첫 인연을 맺었다.

플라스틱 분야에서 최고 기술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때다.

그는 입사 초기에 원료 한톨도 제대로 만지지 못했다.

선배들의 견제가 심했던 탓이었다.

최 대표는 선배들이 모두 퇴근한 후 혼자 남아 제품을 실험하고 밤늦게까지 관련 서적을 독파했다.

기본기를 다진 최 대표는 1987년 대한산업이라는 회사를 설립,독립을 선언했다.

갈고 닦은 기술이 이때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는 속칭 '비닐'이라고 불리는 농업용 PE 필름 개발에 집중했다.

성과는 1991년 회사를 ㈜상진이라는 이름의 법인으로 전환하면서부터 나타났다.

'폐수지혼합기 건조장치''비닐하우수 지지밴드''음식물 찌꺼기 수거용 본지' 등 실용신안 및 의장등록 11건을 따냈다.

2003년엔 '농업용 비닐하우스의 다층 필름 제조방법'이라는 발명 특허를 획득했다.

최근엔 대나무 숯을 이용,원적외선 방사,항균·살균 효과 등을 가진 하이테크바이오필름도 개발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은 학구열로 이어지고 있다.

2004년 호원대를 졸업했다.

2년 뒤인 2006년 명지대에서 산업공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석사논문 '고기능 바이오 농업용 비닐하우스 필름 개발을 위한 최적 원료배합조건 선정'은 한국보전경영학회지에 실리기도 했다.

지금도 PE필름 연구를 위해 명지대에서 박사 코스를 밟고 있다.

최 대표는 최고경영자로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고성장을 이어가 지난해 49명의 직원으로 주력인 농업용 비닐에서만 1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계열사의 공업용 필름,골판지 등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매출액은 300억원에 이른다.

플라스틱 필름 업계 선두주자로 우뚝 선 셈이다.

수출에도 적극 나서 중국 현지 공장 등에서 일본 미국 독일 등 10여개 나라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05년엔 이런 공로로 300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최 대표는 플라스틱대학을 세우는 게 꿈이다.

그의 구상은 이미 시작됐다.

군산 군장대학과 손잡고 관련 학과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무조건 대학에 가자는 식의 삶은 무의미하며 청년기 때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아 열정적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