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만 해도 30∼35도를 보이던 낮 최고기온이 지난 8일을 고비로 26∼30도로 낮아졌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져 일교차가 15도에 이르고 있다.

활동하기에 좋은 계절이지만 평소 심장병 뇌졸중 등의 위험을 안고 있거나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은 이 정도의 기온하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은 수축되고 혈압은 올라가며 혈액은 끈끈해진다.

피부를 통한 열 발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땀을 적게 흘리고 말초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보통 온도가 1도씩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이 1.3㎜Hg,이완기혈압이 0.6㎜Hg 상승하는데 가을엔 여름에 비해 각각 7㎜Hg,3㎜Hg 정도 올라가게 된다.

고혈압이거나 고령일수록 실내외의 기온차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심하게 나타난다.

가을에는 연중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이 올라가며 비만해지는 경향을 띤다.

가을이 오면 생체시계는 지방을 태워 체온을 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도시화된 환경에 사는 현대인들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운동량은 적어지며 풍성해진 먹거리에 식욕을 억누르지 못한다.

특히 겨울에 대비해 열량을 저장하려는 동물적 본능과 여름철에 허해진 기를 보충한다며 이것저것 챙겨먹는 욕심이 이를 부추긴다.

이런 기후적 조건은 돌연사의 위험을 높인다.

평소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하며 담배 피는 사람은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돼 있다.

손상된 세포 밑에는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이것을 청소하기 위해 백혈구가 모여 포말세포를 형성한다.

여기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동맥벽의 근육세포가 균열되면 벽이 두꺼워지고 죽종을 형성한다.

죽종이 터지면 혈관 내 혈액이 엉겨서 혈전을 만든다.

완전히 커진 혈전 덩어리가 뇌나 심장의 큰 혈관을 막으면 이게 바로 돌연사다.

과거에는 초겨울에 심장병 뇌졸중이 다발하는 계절적 특성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환절기 혹한기 혹서기에 다소 환자가 늘어날 뿐 연중 고르게 분포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지난 7년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심근경색증 협심증 뇌졸중 환자는 가을(9∼11월)이 겨울(12∼2월)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을에도 겨울에 못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도 가을이 달갑지 않다.

여름엔 기온과 습도가 높아 둔중하고 불쾌한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지만 가을부터는 시리고 칼로 에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기온하강 때문에 관절의 혈액순환이 떨어지고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겨울에 다가갈수록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섭취열량은 늘어 체중 증가도 관절에 부담을 준다.

적절한 운동과 뜨거운 찜질이 이를 극복하는 해법이 될수 있다.

가을철 또 하나의 복병은 건조함이다.

호흡기 피부 코속 구강 안구 등 외부에 노출된 모든 기관이 메마르고 거칠어지게 된다.

가을엔 일사량이 여름보다 적지만 습도가 낮고 대기 중 분진이 적어 오히려 여름보다 피부를 노화시키는 자외선이 더 많이 도달한다는 견해가 있다.

보습제와 영양크림으로 적절한 수분과 유분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기온이 떨어지고 호흡기가 마르면 감기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건조하면 코와 호흡기의 점막이 부어올라 바이러스 침입이 쉬워지고 감기와 독감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실내습도를 50∼60% 정도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알려진 것과 달리 가을이 봄보다 심하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쑥 풍매화 돼지풀 등의 꽃가루가 8월 말과 9월 사이에 대기 중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로 원인을 알아내어 예방약을 투여하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집먼지진드기가 기승을 부려 알레르기성 천식을 유발한다.

집안 먼지를 털어내고 통풍을 자주 시키고 소파나 카펫 등을 깨끗이 하거나 치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유준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