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한국의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파생상품 도입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한국증권연구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아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풍부한 유동성을 창출하기 위해선 혁신적인 금융상품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홍선주 JP모건 전무는 "국내 자본시장에 과잉 상태인 유동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적절한 금융투자상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과잉 유동성을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으로 전환시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화된 구조화 금융기법 및 상품 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프란시스 렙카 SG 전무도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금융기관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혁신적인 금융상품 거래를 통해 신용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부동산파생상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테펀 무어 GFI콜리어스 아시아지역 대표는 "최근 한국의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은 일부 지역의 실질 수요 급증과 더불어 초과 수요를 노린 투기 수요가 결합된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을 도입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부동산 가격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선물거래소는 전국의 아파트와 상가 시세를 지수화해서 거래하는 부동산지수 선물시장 개설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관련 금융혁신에 대해 주제발표에 나선 진익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와 국민연금 혜택 축소로 인해 개인연금 상품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크지만 연금상품이 단순하고 시장가격이 너무 높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계약구조 설계를 통해 저렴한 개인연금상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신상품으로 △계약자와 연금판매자가 일정 기간마다 이자율과 수명을 평가해 계약조건을 바꾸는 재조정가능연금(Reviewable Annuity) △연금 판매자가 투자은행과의 스와프 계약을 통해 과도한 연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수명스와프(Longevity Swap) △펀드형 연금상품(Tontine) 등을 들었다.

진 연구위원은 "이런 상품이 도입된 미국의 경우 개인연금 상품의 시장가격이 20∼30%나 낮아진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감독기구는 자율 규제와 선제적 감독에 나설 방침"이라며 "앞으로는 증권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