郭承瀯 < 미국 하워드대 교수·경제학 >


가짜박사 파문으로 시작된 신정아씨 사건이 급기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깊은 연루'가 확인되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한나라당 등 야권에서는 이미 '신정아 게이트'로 규정하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등 연일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신문과 TV 등에서 다시 대서특필하기 시작한 이 사건의 출발점은 학력 위조다.

국내 학력 위조 풍토가 학계,예술계,각계 각층에 퍼져 있고,최근 5년간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신고자 4199명 중 6.6%인 276명이 소위 비인증대학에서 학위를 딴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일본 중국 등 외국 대학과 국내 대학에서의 박사 학위 위조까지 포함한다면 박사 학위 위조자의 규모는 상상 외로 엄청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지(紙)는 한국에서 대학 학위를 중시하고 이력(履歷)을 과장하는 습관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신도 수로 전국 최대규모 사찰인 서울 능인선원의 지광스님이 이력서에 학력을 서울대학교에 다녔다고 허위로 기재했다고 지적하였으며,개신교회 목사 중에서도 자기 경력을 속인 목사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거짓인 것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처럼 거짓 풍토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학위 위조자와 허위 학위 날조자가 그 학위를 내세워 강단에서나 직장에서 정상적으로 취득한 학위 소지자와 함께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취득하지도 않은 학위를 마치 취득한 것처럼 과장해 속이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거짓병이 이미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거짓병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자부심이 없고 자신을 스스로 기만(欺瞞)하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법을 어기면서 축적한 재산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증거라도 되는 듯 자랑까지 한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남을 속이며 다른 사람이 참과 거짓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병들게 하는 이런 거짓병의 근원은 자기 자신과 남을 존경하지 않는 데 있다.

한국 사람들 중에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몇만달러에 이른다고 자랑하면서 다소의 거짓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정직과 존중을 바탕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회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법칙이 지배해 사회가 부패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부패가 경제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더욱이 경제발전의 혜택이 사회구성원 각각의 노력에 맞게 분배되지 않으므로 정당한 소득분배를 실현하지 못하고 사회구성원 간에 갈등을 조장한다.

거짓은 항상 불필요하고 값비싼 대가(代價)를 지불케 하는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개개인을 결코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우리는 거짓병을 고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법 당국자는 학위 위조자가 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사람다운 행동에 대한 교육을 시작해야 하고 초등학교부터 윤리과목을 도입해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대학과 국책연구원에 근무하는 박사 학위자에 대한 학위 검증을 실시해 전국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신규 박사학위 소유자를 채용할 때 그들의 학위나 경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도 권고하고 싶다.

민간연구소나 기관에서도 자발적으로 박사학위자의 학위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일 것이다.

거짓병을 고치는 과정은 불편을 느끼게 하고 경제가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경제발전 속도가 일시적으로 저조(低調)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노력의 결과 거짓병이 완치되고 난 후에는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 노력을 통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인간답게 사는 선진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