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에서 공통된 고민은 뭘까?

어떤 종목을 살까?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주가 흐름은 어떻게 움직일까? 외국인들의 매도는 언제까지 될까?

아니다.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사람'이다.

최근 영업 좀 한다, 내지 사업 좀 확장하려는 회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고민은 대충 이러하다.

'마땅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어떤 사람을 뽑을까?', '뽑아논 사람 유지하는 방법은?' 등이다.

특히 애널리스트나 전략분석가 등 연구원들의 인력난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니...그 곳은 바로 '골드만삭스'다.

마땅한 사람은 골드만삭스에서 구하거나, 골드만삭스를 거쳐간 사람 중에서 그 이후의 경력을 보고 사람을 뽑으면 된다. 연봉도 골드만삭스 기준으로 많이 쳐주면 이탈의 염려도 없다.

최근 새로 선임된 이찬근 HFG IB증권 대표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HFG IB증권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외국계에서 안주하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쳤다"며 "골드만삭스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인재 영입 및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임은 말할 것도 없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또한 "한창 키울만할 쥬니어급 연구원들은 골드만삭스나 외국계 증권사로 가서 남아나질 않는다"며 "몇년 후에는 국내 증권사로 연봉을 올려 들어온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선진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골드만삭스가 '브레인뱅크'나 '인재사관학교'급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국내 증권사에서의 자체 양성 인력이 없느냐다.

이는 증권사가 이런 전문연구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따라가면 된다.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인력들이 근무하는 부서는 비용을 축내는 부서 정도로 일부에서 인식하면서 인재양성을 등한시 했던 것.

이후 '돈 된다'는 법인영업에 몰두했지만, 증권사와 업계의 인수·합병(M&A) 등의 파고 속에 고급인력의 중요성은 뒤늦게 새삼 부각됐다.

금융시장이 커지고 전문화되면서 리서치센터의 연구인력, IB 전문인력, 해외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갖춘 인력 등의 수요는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이런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공급통로는 극히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 분야에서 오랜 동안 노하우를 쌓은 외국계 증권사 출신의 몸값은 '상한가'를 거듭한다. 리서치나 IB인력이나 대체로 마찬가지이다. 외국계 금융권 출신이라는 이유로 몸값 올리기는 이제 보편화됐다.

하지만 이젠 국내 증권사의 경영진도 '사람'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고급인력을 요하는 분야에 더이상 '골드만삭스' 출신 영입이 아닌 '토종인사'가 중심을 이루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