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공보관 출신 고위 공무원에서 코스닥 상장 기업가로 변신한 김정곤 유비프리시젼 대표(53)가 회사 매각으로 160억원대의 대박을 터뜨려 화제다.
반도체 생산장비와 LCD(액정표시장치) 부품 전문기업인 유비프리시젼의 최대주주인 김 대표는 지난 7일 보유 지분 29.3%(240만1399주)와 경영권을 190억원에 보광그룹 계열사인 휘닉스디지탈테크에 넘기기로 계약했다.
김 대표가 당초 2005년 5월 유비프리시젼 인수 당시 지분 취득에 들인 비용이 모두 22억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2년여 만에 167억원 정도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김 대표는 과거 특허청 국장,산자부 공보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25년간 엘리트 공무원의 길을 걷다가 2000년 돌연 사표를 내고 중소기업 경영인으로 변신,당시에도 화제를 낳았던 인물이다.
성균관대 3학년 재학 중 최연소(21세)로 행정고시(17회)에 합격했고,1976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최연소 과장,국장으로 승진하는 등 늘 '최연소'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공무원 시절에도 주변의 관심 대상이었다.
공직사회에서 요직 세 자리를 일컫는 이른바 '공·비·총'(공보관·장관비서관·총무과장) 등 3개 핵심자리를 모두 거쳤다.
김 대표는 2000년 공직 생활을 청산한 뒤 자신의 집과 재산을 담보로 빌린 돈으로 연우엔지니어링이라는 반도체장비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사명을 솔트론으로 바꾸고 LCD 검사장비로 핵심 사업을 바꾼 뒤 2005년 코스닥기업 세안아이티를 인수합병해 우회상장에 성공하고 유비프리시젼을 탄생시켰다.
당시 세안아이티는 2년 연속 경상손실 및 시가총액 50억원 미만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우회상장 후 곧바로 첫해에 흑자로 탈바꿈시켰고 이후에도 3년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나갔다.
유비프리시젼은 현재 삼성전자 LG필립스LCD BOE하이디스 3사에 LCD 검사장비를 납품하는 유일한 기업이며 지난해 매출 450억원,영업이익 59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흑자 경영의 비결은 전망이 밝은 신규사업으로의 진출과 구조조정에 있었다.
연우엔지니어링 인수 때 김 대표는 극심한 경쟁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반도체장비사업을 과감히 접고,그 당시 국내에선 비교적 낯선 분야였던 LCD검사장비 사업에 집중했었다.
또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며 270명의 직원을 90명 선으로까지 줄였다.
"LCD사업 진출에 대해 직원들 대다수가 강하게 반대했었다.
또 직접 구조조정을 하려니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죽고 사는 문제라서 피할 수 없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이후 회사가 살아나자 직원수는 다시 250명까지 늘었고 과거 퇴사했던 직원 10여명도 복직할 수 있었다. 그는 "강력한 구조조정과 과감한 신사업 전환 등을 거치면서 현실 안주에 익숙해 있던 공무원 때를 벗는 데 7년이나 걸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휘닉스디지탈테크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비프리시젼 직원들의 복지와 고용보장을 가장 우선적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