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9일 "이번 대선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무지를 심판하는 선거"라며 "1987년 체제를 넘어 2008년 체제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두고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냐,정권연장이냐'가 이번 대선의 기본 구도"라며 "무능한 국정 실패 세력을 유능한 국가 발전 세력으로,과거지향적 이념세력을 미래지향적 실용세력으로,지역주의 의존세력을 국민 통합 세력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변화는 새로운 지도자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며 "저는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사구시를 앞세우는 대통령,눈을 세계로 향하고 미래를 선취하는 대통령,국민적 합의를 잘 이끌어 내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을 '합리'와 '실용','미래'와 '발전'을 대변하는 새로운 시대세력으로 내세움으로써 경쟁상대인 범여권을 아직도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 사로잡혀 있는 '구시대 세력',이념·과거·지역에 집착하고 있는 '무능 세력'으로 위치지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사구시 대통령 될것=이 후보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2008년 체제를 '신 발전체제'라고 이름지었다.

그는 "기업에는 자율을 마음껏 부여하고,정부는 서비스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바꿔 고도성장을 이루는 것"이라며 "그 성장의 과실은 서민에게 가장 많이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개혁을 통한 인재대국과 문화강국 건설은 신 발전체제의 핵심전략"이라며 "확고한 안보와 실용적 대북관계로 신동북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남은 100일 동안 대한민국 발전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해 외연확대를 본격화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세력은 시민단체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누구나 함께할 것"이라며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있고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필요하면 검찰조사 응하겠다"=이 후보는 청와대가 명예훼손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것과 관련,"대통령 후보도 법을 지켜야 한다"면서 "개인적 생각이지만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면 응하겠다.

당과 협의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기왕 결정된 것이니 국익에 도움이 되게 잘하고 왔으면 한다"며 "다만 임기를 얼마 안 남긴 대통령으로서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하고,국민들에게 그 의제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운하 사업은) 국운 융성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그동안 홍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것인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행'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는 집권 후 개헌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개헌은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권력구조 문제를 포함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다루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 후보는 10일 새벽 서울 이태원에서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대청소 행사를 갖는 것으로 민생정치 활동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