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실세금리, 괴리현상 심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일 상승하면서 CD금리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7월 콜금리 인상 이후 매주 인상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최근 CD금리의 상승세가 시장 실세금리를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은행권의 자금수급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
몇몇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CD발행을 늘리면서 금리(채권가격 하락)가 오르는 것이다.

즉 은행의 자금사정이 최종적으로 대출고객의 이자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코리보(KORIBOR)나 통화안정증권 등 다른 금리를 주택담보대출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대출금리 매주 상승세 = 9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7일 현재 91일물 CD유통수익률은 연 5.33%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3일 5.3%대로 올라선 이후에도 5일부터 3일 연속으로 0.01%포인트씩 인상됐다.

CD금리는 올초 4.94%를 유지하다 4월 들어 5%로 높아진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7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5.10%로 높아진 뒤 지난달 콜금리 인상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CD금리에 연동되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매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은행[060000]은 매주 목요일 CD금리를 기준으로 그 다음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하는데, 이번 주부터는 연 5.98~ 7.78%를 적용한다.

지난주보다 0.04%포인트 높은 수치다.

콜금리가 인상된 7월 둘째주(5.66~ 7.46%)보다는 무려 0.32%포인트나 급등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전주 대비 대출금리 인상폭은 7월 셋째주 0.06%포인트, 넷째주 0.02%포인트, 8월 둘째주 0.02%포인트, 셋째주 0.11%포인트, 넷째주 0.04%포인트, 다섯째주 0.01%포인트, 9월 첫째주 0.02%포인트, 둘째주 0.04%포인트로 두달간 쉼없이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도 10일 기준으로 각각 6.32~ 7.72%와 6.22~ 7.72%로 1주일 전보다 0.04%포인트씩 높아졌다.

◇ CD금리 지표금리 대표성 있나= 최근 CD금리의 상승에는 두차례 콜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른 요인 뿐만 아니라 은행들이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CD발행을 크게 늘린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CD발행으로 공급이 늘면서 채권가격이 하락,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7일 국고채나 통화안정채권 등 다른 채권금리는 최대 0.05%포인트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CD금리만 상승했고, 이같은 괴리현상은 CD금리가 연속으로 올랐던 5일과 6일에도 마찬가지였다.

CD금리가 시장 실세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나홀로' 인상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위원은 "CD금리는 은행이 자금상황에 맞춰 발행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권과 수급요인이 다르다"며 "이로 인해 다른 채권금리와 다르게 움직일 수 있고 최근 그런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CD금리를 지표금리로 채택하고 있어, 은행들이 자체 자금조달을 위해 CD발행을 늘릴수록 대출고객의 이자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금융연구원 한재준 연구위원은 "최근의 CD금리 상승은 은행의 CD발행 필요성이 커지는 수급상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며 "은행의 자금사정 악화에 따른 리스크가 대출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CD금리를 대체할 다른 단기금리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