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 출신으로 서울 강남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모씨(58)는 2004년 여름부터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미술시장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던 터라 그림값이 싸다는 얘기를 듣고 잘만하면 돈이 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처음에는 가끔씩 서울 인사동 청담동 화랑가를 돌며 작품을 둘러봤다. 5~6개월이 지나니까 작가별 특징이 보였고 좋아하는 작가도 생기기 시작했다. 주요 작가 화집과 미술관련 서적을 사서 아내 변모씨(52)와 함께 보며 나름대로 공부도 했다. 화랑에서 직접 작품을 살펴보고,이론을 배우고,정보를 수집하는 등 '작전'을 하듯이 미술시장에 접근한 것이다.

그가 경매시장 문을 두드린 것은 미술시장이 살아나려는 조짐을 보이던 2005년 가을. 경매회사 스페셜리스트와 상의한 끝에 천경자의 8호 크기 작품 한 점을 7000만원에 낙찰받았다.

김씨는 당시 미술시장이 침체에서 막 벗어나고 있던 터라 그림 구입여부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망설이던 상황에서 미술에 관심이 많고 작품도 조금씩 사모으던 거래은행의 강모 차장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이 작품을 지난 7월 서울옥션 경매에 내놔서 1억8000만원에 팔았다. 경매수수료와 금융비용을 빼고도 1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직장인 최모씨(34)는 지난해 말 사석원의 2005년작 호랑이그림을 인사동에서 500만원에 샀다. 사씨의 화풍이 밝고 경쾌한데다 강한 가격승세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화랑대표의 말을 따랐다. 판단은 적중했다. 사씨의 작품가격이 치솟는 것을 보고 지난 7월 경매에 내놓은 이 작품은 치열한 경합끝에 2400만원에 낙찰됐다.대기업 임원 이모씨(48)는 3억원 정도의 자금으로 꾸준히 작품을 사모으며 '아트테크'를 하는 케이스. 2005년 10월 작고작가 장욱진의 1959년 8호 크기 작품을 1억2000만원에 낙찰받아 1년5개월여 동안 소장하다가 지난 3월 다시 경매에 올려 1억8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물론 이 같은 사례들은 '행복한 경우'에 속한다. 매입한 작품들이 시장 상황과 맞물리며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술투자는 이처럼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짧게는 3년,길게는 수십년 이상씩 내다보고 투자하는 게 정석이다. 특히 어떤 작가의 작품을 사야 하는지 결정하기는 더 어렵다. 우리나라만 해도 총 5만여명의 작가 중 시장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작가는 200~300명에 불과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