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넷바둑'을 기억할 것이다.

넷바둑은 1998년 나온 온라인 바둑 게임.천리안 하이텔 등 PC 통신이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 전혀 모르는 사람과 인터넷으로 대국을 벌인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당시 PC통신 바둑은 회원끼리만 대국을 할 수 있었다.

넷바둑은 이후 웹보드 게임 열풍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 넷바둑을 개발했던 엠게임이란 회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엠게임은 엔씨소프트 넥슨 등과 함께 '온라인게임 1세대'로 꼽히면서도 규모가 작아 한동안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50% 이상의 고성장세를 지속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진출 1년여 만에 이익을 내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도체 장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엠게임의 전신은 반도체장비 회사 매닉스다.

1996년 이 회사가 입주해 있던 서울 방배동 사옥.이곳에는 제이씨엔터테인먼트(옛 청미디어) 아일소프트(옛 커맨조이) 태울 등 1세대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모여 있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매닉스 직원들은 미국 블리자드의 PC게임 '워크래프트2'를 즐기느라 밤을 새우곤 했다.

권이형 사장은 게임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이때부터 온라인게임 사업을 추진했다.

게임 사업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듬해인 1997년 사내에 게임개발 사업부를 신설했다.

소프트웨어 용역으로 벌어들인 돈을 게임 개발에 쏟아부었다.

게임 사업은 쉽지 않았다.

온라인 게임이란 단어조차 생소한 때였다.

게임사업부는 사내에서 천덕꾸러기였다.

손승철 회장은 "온라인게임 사업을 시작한 뒤 1년 동안 이 부문에서 한푼도 벌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우리가 살 길은 게임이라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8년 하반기가 되면서 게임 사업은 '효자'로 탈바꿈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전국 곳곳에 PC방이 생겨났고 게임 이용자도 급증했다.

야심차게 내놓은 바둑게임 '넷바둑'은 이런 흐름을 타고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젠 게임사업부에서만 버는 돈으로 회사 전체가 먹고 살 정도가 됐다.

매닉스 게임사업부는 1999년 온라인게임 업체 위즈게이트로 간판을 바꿨다.

위즈게이트는 게임 회사로는 처음 게임포털 사업을 추진했다.

게임포털 이름은 엠게임(mgame)이라고 지었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란 뜻이다.

엠게임은 역할수행게임(RPG)과 넷바둑,넷장기,넷오목 등 웹보드 게임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모델이었다.

◆게임포털 후발 주자에 밀리다


위즈게이트는 착실하게 성장했다.

엠게임은 2000년대 초반 한게임과 함께 게임포털 양대 축을 형성했다.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이 무렵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게임포털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창작 역할수행게임으로 눈길을 돌린 것.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역할수행게임 분야에서 히트작을 만들어 갔을 때의 일이다.

'선택과 집중'의 실패였을까.

위즈게이트가 역할수행게임에 한눈을 파는 동안 피망 넷마블 한게임 등 후발 게임포털들이 고스톱 포커 등 도박 게임을 앞세워 무섭게 추격했다.

급기야 이들에게 밀려 상위권을 내줬고 성장세도 꺾이고 말았다.

시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02년 동시접속자 수만 3만명이 넘었던 인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드로이얀 온라인'이 상용화에 실패한 것.월 4만원이 넘는 정액 요금제를 택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 많던 동시접속자가 몇천 명으로 급감했다.

그 해 10월 위즈게이트는 코스닥 상장 심사에서 떨어지는 아픔도 겪었다.


◆'열혈강호 온라인'으로 재기

위즈게이트는 2003년 회사 이름을 엠게임으로 바꿨다.

게임 포털과 회사 이름을 일치시킨 뒤 야심작인 '열혈강호 온라인'을 내놓았다.

인기 무협만화 '열혈강호'를 코믹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으로 각색한 온라인 게임이다.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그 해 10월 비공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동시접속자 수 9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5년에는 '대한민국 게임 대상'까지 받았다.

매출도 쑥쑥 늘어나기 시작했다.

암흑기였던 2002년 11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3년에는 180억원,2004년 209억원,2005년 361억원,2006년 550억원으로 늘어났다.

해외 사업도 호조세였다.

2005년 3월 설립한 일본 현지법인 엠게임재팬은 지난해 3억5000만엔,올 상반기엔 6억엔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터널시티'와 같이 일본인 취향에 맞는 역할수행게임으로 차별화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3년 내 글로벌 게임포털 도약이 목표

엠게임이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

원조 게임포털 엠게임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최근 12만명(메트릭스 집계)에 불과하다.

한때 양강으로 불렸던 NHN의 한게임(183만명)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게임포털 순위도 7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열혈강호 온라인'이 성공했지만 '국민 게임' 같은 큰 파급력을 갖진 못하고 있다.

엠게임은 재도약을 위해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다.

온라인게임 개발과 서비스,게임 포털,해외 사업 등에서 호조세가 지속돼 희망을 갖고 있다.

'영웅 온라인''홀릭''귀혼''오퍼레이션7' 등 후속작의 초반 성적이 좋은 점도 청신호다.

권 사장은 "내년에 국내 게임포털 3위권에 진입하고 3년 내에 글로벌 게임포털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