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날 축사 "신정아. 정윤재 보도 소설같다...당당히 토론해보자" 또 불만표시

노무현 대통령이 3일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과 관련,"정정당당하게 토론하자"고 언론에 제의했다.

또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서는 "부실하다.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지난 주말에 이어 며칠 만에 다시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4회 방송의 날 행사에 참석,축사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정부와 언론사 간 대립에 대해 "기사실 통폐합이나 사무실 무단 출입이 공식적 쟁점은 아닌 것 같다"며 "이는 구체적 요구가 있으면 대화하고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합의가 됐으면 좋겠지만 인식을 공유하기 어려우면 양심과 사실과 민주주의 원칙으로 해결하자"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정정당당하게 토론하자"고 제의했다.

또 "제 주장이 잘못된 것이면 그때 한 발 더 물러서겠다"고 말해 사태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언론도 스스로 절제하고 특권을 해소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며 "절제하지 않는 언론은 흉기가 될 수 있다"고 기존의 언론관을 반복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토론 제의는 편집·보도국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는 피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논의해 보자는 제안"이라며 언론이 진지하게 받아 줄 것을 요청했다.

◆'정윤재 의혹'은 언론과 갈등 때문

노 대통령은 유전 게이트와 행담도,바다이야기 등을 예로 들면서 '정윤재,신정아 의혹'에 대해 "부실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수많은 의혹 제기가 대부분 혐의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며 "하지만 유전 게이트나 행담도 사건은 그런 빌미가 된,기본적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바다이야기와 '노지원 게이트'에 대해서는 "기본적 사실이 너무나 부실한 가운데 제기된 의혹"이라면서 정 전 비서관을 둘러싼 의혹 역시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을 이 정도 장식할 만큼 기본적 사실을 전제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한 뒤 "저는 좀 부실하다,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연일 수도 있지만 (언론의 의혹 제기는) 저와 언론과의 갈등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런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의 발언이 검찰 수사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결론은 잘 모르지만 검찰이 대통령 눈치 보지 않고 수사 잘할 것"이라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