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49)는 최근 인터넷 마케팅 분야의 대학 교재인 'e 마케팅'을 중국인민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했다.

이 교수는 "한·중 간의 경제 교류는 활발하지만 학술 교류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학술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켜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 마케팅'은 탄생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 경영교재 도입을 놓고 중국 인민대학 상학원(경영대) 교수들은 설전을 벌였다.

"굳이 한국 경영서를 우리 대학 교재로 채택할 필요가 있을까요.

미국 경영서적들을 번역해 수업에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한국 경영 교과서'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이때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이가 여일림 교수.그는 "미국 마케팅 책도 좋지만 한국은 인터넷 강국인 만큼 한국의 '인터넷 마케팅'은 중국 대학생들에게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두희 교수에게 "자신이 중국어로 변역하고 중국 상황에 맞는 사례로 바꿀테니 감수를 맡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 교수는 흔쾌히 승낙했고 최근 두 교수의 열정이 결실을 맺었다.

'e 마케팅'은 인터넷 시대의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이른바 '5C' 이론.

즉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컨텐트웨어(Contentware) 커미트먼트(Committment)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채널(Channel) 이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내용이다.

고객과의 적극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고객을 소비의 주체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와 일맥상통한다.

그가 5C 이론을 창안한 계기는 기존 마케팅 툴인 4P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제품(Product),촉진(Promotion),장소(Place),가격(Price)이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4P 이론 위에 인터넷이란 옷을 입히는 시도를 했다.

그는 "기존의 4P 이론은 2%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4P에는 고객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개념이 빠져 있었어요.

4P를 잘 활용하면 충성도 높은 '영원한 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교수는 1970년대 미국 경영학 이론을 처음 수입해 온 한국이 불과 30년 만에 한국 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경영학 교재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돼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