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여러 만성질환 학회들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간염증지수 골밀도 등 각종 진단기준치를 강화하고 있다.

수많은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 이들 진단수치를 낮게 유지할수록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게 통계적 임상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상 혈압은 1997년 이후 130/90mmHg 이하였다가 2003년부터는 120/80mmHg 이하로 바뀌었다.

정상 공복혈당도 2005년 이전에는 110mg/㎗ 이하였으나 이후에는 100mg/㎗ 이하로 하향 조정됐다.

또 콜레스테롤의 경우 예전에는 총 콜레스테롤치만 따져 270㎎/㎗ 이하이면 정상으로 간주했으나 2002년부터는 240㎎/㎗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진단하고 200㎎/㎗ 이하 수준이 돼야 적합한 것으로 판명하고 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도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다시 말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저밀도지단백(LDL)결합 콜레스테롤을 더 분별력 높은 고지혈증 및 심장병 위험의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LDL-콜레스테롤은 160 이상이면 위험하고 100 미만이어야 적합하다.

간염증지수도 한국은 현재 ALT(GPT),AST(GOT)가 각각 40 이하면 정상으로 간주하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ALT의 경우 남자는 30 이하,여자는 19 이하로 내려잡고 있다.

정상 체중이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21 전후(18.5∼23)인 것을 말한다.

요즘은 23도 높아서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의사나 제약사들이 환자를 걱정스럽게 만들어 수익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치 범위로 몸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90대 이전에 사망하거나 임종 전 10∼20년 동안 괴로움 속에 지내야 할 것이 자명하다.

40대가 넘으면 주요 정상 기준치를 염두에 두고 건강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상 수치는 생명선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아직도 과거의 수치를 외우고 있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부족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건강법에는 '70대까지 사는 건강법'과 '90대까지 사는 건강법'이 있다.


최근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세에 이르고 있다.

78세를 넘겼으니 평균은 살았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판단이 아니다.

아직 생존한 사람들은 대체로 90살까지 산다고 기대해도 좋고 이제는 90대 이전에 죽은 사람들을 조기 사망했다고 말해야 할 시대가 왔다.

그런데 90대까지 산다고 해도 각종 질환으로 70대 이후 20년 동안 '죽겠다 죽겠다'하면서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고 의사들만 살찌우게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는 90대까지 사는 건강법을 실천해야 한다.

제일 먼저 고쳐야 할 것은 '짧고 굵게 살겠다'는 생각이다.

치료법이 발달된 요즘 암 뇌졸중 심장병 등 큰 병에 걸려도 대부분 살아난다.

음주 흡연 과식 등을 마음껏 하는 게 바로 대표적인 짧고 굵게 살기다.

이런 습관을 바로잡지 않고서야 건강한 장수를 기대할 수 없다.

당뇨병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치료해서 각종 진단기준치를 정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단순히 외모로 판단했을 때 신수가 훤하고 풍채가 있어 보이는 남자는 전부 비만이다.

그냥 봐도 비만인 남자는 실제는 고도 비만이라고 보면 된다.

만성질환의 종착역은 동맥경화로서 결국 심장병 뇌졸중에 걸리게 된다.

아직도 공복혈당 130 정도면 괜찮고 혈압이 130/90인데도 문제없으며 남자는 배가 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바로 '70대에 죽는 건강법'이다.

영양과잉 시대가 온 지 이미 오래 됐는데 아직도 '잘 먹고 잘 살자'는 20∼30년 전 건강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적잖다.

'잘 골라 먹자'는 웰빙바람도 다를 게 없다.

우리 몸엔 칼슘과 수분 말고는 거의 모자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골라 먹어봐야 몸 안에 기름기만 늘게 된다.

특히 고기는 안 먹고 채소만 먹는데 왜 기름기가 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해줄 대답은 이것이다.

소는 여물만 먹고 고기는 먹지 않지만 소고기엔 왜 그렇게 기름이 많지요.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