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증권사 인수가 올 하반기 금융시장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국민은행[060000]과 SC제일은행이 한누리투자증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증권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대한 높은 인기와 자본시장통합법 통과, 투자은행(IB) 역량 강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은행 수익기반인 저원가성 예금이 CMA로 이탈하고 있는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CMA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요구불예금에 `고금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고객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증권사를 자회사로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대업무에 치중해 온 은행들이 IB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증권사 인수가 필요하다.

한누리투자증권은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 법인영업 및 IB, 리서치 역량이 강한 업체로 평가된다.

즉 소매영업에 비해 법인영업이 약한 국민은행, 투자부문 자회사가 없는 SC제일은행 모두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전면 시행되면 증권사로의 예금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어 올해 안으로는 증권사를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기업은행[024110] 강권석 행장이 IB역량을 갖춘 중형사를 전제로 "증권업 진출형태를 올해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다급함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증권 구용욱 금융팀장은 "증권사를 인수한 뒤 자기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며 "자통법 시행에 맞춰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를 내려면 올해 안으로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갈 길이 바쁜 은행으로서는 비교적 싼 가격에 증권업 면허(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는 중소형 매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증권사의 신규 설립규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후속대책은 없다.

또한 교보증권[030610]과 SK증권[001510], 한양증권[001750] 등 매각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업체들도 시장의 전망과 달리 별다른 후속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은행들에 조바심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증권 유재성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 인수를 통해 IB역량 강화 등을 추가로 노릴 수 있지만 1차적인 목적은 라이선스 취득"이라고 말했다.

구 연구위원은 "어쨌든 현재로서는 신규 증권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증권사는 가격이 높고, 매물도 많지 않은 만큼 (증권 계열사가 없는) 은행들은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