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후 최대규모…미국산 줄고 러ㆍ中제품 비중 늘어

지금 왜! 중동ㆍ亞 무기구매 '붐'
냉전 이후 최대의 무기 쇼핑 붐이 일고 있다.

군수업체는 제2의 호황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최근 중동과 아시아 등 각국이 다져진 경제력을 기반으로 군사력 증강에 나서면서 16년 전 소련 체제 붕괴 이후 무기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 세계 무기 시장 규모는 판매계약 체결 기준으로 2001년보다 43% 늘어난 442억달러에 이른다.

무기 구매 열기를 주도하는 국가는 더 이상 미국이 아니다.

대신 중동과 아시아,유럽의 개도국이 주요 구매국으로 부상했다.

경제성장으로 국방 예산에 여유가 생긴 데다 에너지와 민족 분쟁 등 적대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의 군비 증강에 대비하고 페르시아만과 동아시아 해상의 군사력을 주도하기 위해 전투기와 전투함,잠수함 구입에 수 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이 지역 에너지 공급 루트인 말라카 해협 안보를 위해 첨단전투기와 공격용 헬리콥터,무인항공기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방위성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군사력에 우려를 표했던 일본은 30억달러 이상을 정찰기와 해상운송기 등 차세대 항공기 사업에 투자했다.

한국 정부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내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연평균 국방비를 9.6%씩 증액,현재 국내총생산의 2.7% 수준인 국방비 예산을 2012년에는 3%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아시아의 소리없는 군비 경쟁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대 무기 생산국인 미국이 구매국의 핵심기술 이전 요구에 인색한 태도를 보인 탓이다.

개도국에서 구입한 무기 중 미국산 비중은 1992년 54%에서 2005년 29%로 줄었다.

파키스탄은 2005년 5월 미국의 F-16기를 사들이는 대신 중국과 손잡고 전투기를 공동 생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지난 4월 인도는 러시아에서 수호이 전투기 18기를 들여왔다.

두 국가가 진행하고 있는 7억달러 규모 공동 무기 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유럽은 미국 군수산업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2001년 유럽 최대 군수 회사인 '유럽항공방위우주국(EADS)'을 설립,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용 항공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9년 NATO에 가입한 헝가리와 체코도 미국과의 계약을 끊고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를 구입했다.

중동에서도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000년부터 미국 대신 유럽산 무기 구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사우디는 프랑스 닷소 및 영국 BAE로부터 전투기 20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했고 프랑스 라팔과 80억달러짜리 전투용 항공기,탱크,잠수함 구매 계약도 추진 중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