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복지분야 공약들은 외형상 '참여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빈곤의 대물림을 없애는 복지' 등은 현 정부가 끊임없이 반복해온 메뉴들이다.

다만 사회적 약자들,즉 여성이나 장애인,어린이 등을 좀 더 후하게 배려하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만 5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 무료화 △중증 질환자에 대한 의료비 보장제도 등이 그런 것들이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을 밀고 나갈 만한 돈을 어디서 만드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정부예산 중 쓸 데 없는 지출을 줄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확실한 재원대책 없는 복지정책은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취학전 아동 전 의료비 지원

이 후보는 지난 6월4일 '빈곤의 대물림을 없애는 복지'를 모토로 한 복지 정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은 영유아 보육과 저소득층 및 노인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낳은 아이 잘 키우기 △기본생활 보장 △노후생활 보장 △예방적 복지 △맞춤형 복지 △산업연계형 복지 등 6가지를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우선 복지 재정투자가 성장기반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아동과 청소년 교육,질병 예방 및 조기 차단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미래의 복지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여 성장 여력을 확충하겠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 만 5세 미만의 취학 전 자녀를 둔 가정에 대해서는 사실상 보육·교육 및 의료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고 만 0~2세 영아를 둔 소득계층 하위 60% 가정에 대해서는 보육시설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액의 보육비(서울기준 월 30만원)를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만 5세 미만에 대해서는 의료비까지 전액 무상지원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아울러 3∼5세 유아를 둔 가정에서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일정액의 보육비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이 후보는 모든 치매·중풍환자를 건강보험대상에 포함시키고 노인들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보호받을 수 있는 '돌봄이 119 유비케어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재원 4조5000억원 vs 수십조원

문제는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한해 4조5000억∼7조5000억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불요불급한 낭비성 예산을 찾아 한 해 10%(약 20조원)만 줄이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 재원의 추산과 재원마련 대책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예컨대 이 후보 측은 △유아보육 국가의무제(취학전 아동 보육료 전액 국가 지원) △영아보육 지원 2배 강화(만 0∼2세 영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을 현재 20%에서 40%로 향상)등에 연간 약 3조원의 돈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산 10조원 줄이기 힘들어

그러나 조세연구원은 2005년 보고서에서 취학 전 아동들의 보육료 전액 지원에만 연간 8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현행 보육예산(1조원)보다 7조원이 더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의 복지 공약을 시행하는 데는 연간 4조∼7조원이 아니라 제대로 하자면 수십조원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이 후보 측에서 정부예산 조정으로 한 해 20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지출 구조조정은 대부분 경제분야나 사회기반시설(SOC)분야,또는 인건비 쪽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너무 강력하게 추진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재정지출 중 구조조정 대상을 47조원으로 설정하고,이중 4조원씩을 매년 줄여나가고 있다.

아무리 강도를 높여도 10조원 이상 줄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