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또다시 노조 파업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올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회사 측을 압박하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가 회사 측이 고심 끝에 내놓은 일괄 제시안을 거부,파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노조가 끝내 파업을 선택,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가뜩이나 환율과 경쟁 업체들의 공세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24일 노조가 임단협 일괄 제시안을 거부한 데 대해 "동종 업체 임금 인상 수준을 상회하는 전향적인 안이었는데 아쉽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12만8805원(기본급 대비 8.9%)의 임금 인상과 당기순이익의 30%를 조합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58세→60세)과 상여금 인상(700%→800%) 등도 임단협 안에 포함시켰다.

17개항에 달하는 별도 요구안을 통해 △주간 연속 2교대제 전주공장 조기 실시 △국내 물량 감소 때 해외 물량 국내 환원 △해외 현지공장의 완성차 및 부품 수입시 노사 합의 △신차종 투입과 생산 물량 노사 간 합의 등도 주장하고 나섰다.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업계에서는 "샌드위치 위기 등 작금의 어려운 경영 환경을 감안할 때 지나친 요구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내달라는 노조 측 주장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등장한 '단골 요구안'"이라며 "도요타 등 선발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매년 수조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어야 하는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신(新) 프로젝트를 개발할 경우 투입 공장과 연간 생산 물량 등을 노조와 합의해 결정하라'는 노조 측 요구도 "사실상의 경영 참여 요구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차종 투입이나 생산 물량 결정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노조가 관여하는 게 옳지 않고,시장 변화에 따라 신속하면서도 유연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를 노조와 사전에 협의하는 것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할인 공세와 시장 쟁탈전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사느냐,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현대차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강도 원가 절감책을 시행하는 등 비상체제를 가동 중인 상태에서 파업으로 공장이 멈춰선다면 도요타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