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메이커 메종 모엣 & 샹동(Moet & Chandon)은 1999년 유전자 변형 미생물(GMO) 연구를 중단했다.

루이 자도의 최고경영자(CEO)인 피에르 앙리 가에게 역시 유전자 변형 포도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천명했다.

샴페인 지역은 유전자 변형 포도 사용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버건디 지역의 포도 재배자와 와인 메이커로 구성된 조합도 2002년 와인에 대한 유전자 변형 포도 사용에 반대 성명을 냈다.

버건디 와인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바로 테루아에 있기 때문이다.

호주 와인 업계은 유전자 변형 포도가 안전하고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들기 전까지 유전자 변형 포도로 생산한 와인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와인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난주에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몇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유전자 변형 와인은 와인 자체의 독창적이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지켜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반화,획일화의 길을 걷는 순간 와인은 그저 그런 음료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유전자 변형 포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가지 큰 걱정을 한다.

만약 과학자들이 품종이 크게 개량된 유전자 변형 시라,카베르네 소비뇽,샤르도네를 만들어내서 대중화시킨다면 포도 재배자들은 새로운 포도 품종을 심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품종을 유전적으로 변형한 몇 개의 포도만 재배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전자 변형 포도는 대형 브랜드 와인의 성장을 재촉할 것이고 공장화된 음료를 생산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와인의 획일화는 피할 수 없다.

두려운 일이다.

와인과 테루아의 관계는 점차 멀어질 것이다.

물론 유전자 변형 포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포도는 재배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식물이다.

포도는 가루 형태의 흰곰팡이와 포도 송이의 곰팡이 같은 균에 민감해서 곧잘 질병에 걸린다.

달리 표현하면 포도밭에 시즌마다 살균제를 여러 차례 뿌려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유기농 와인 생산자들도 아황산과 구리 살균제를 포도에 여러 번 뿌려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잔류 농약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곰팡이균에 저항력이 있는 유전자 변형 포도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와인 업계에서는 유전자 변형 포도에 대해 부정적이다.

아무리 유전자 변형 포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지금껏 와인이 구축해왔던 가치가 일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면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 Corinne-Eo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