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우화 '시인(詩人)'은 시인이 되려고 시인의 제자가 됐지만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스승을 원망하며 늙은 사람의 이야기다.

하지만 어느덧 백발이 된 그를 동네사람들은 옛날 자신이 그랬듯이 '시인'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양동이의 빗물이 흘러넘치듯' 꿈이 이뤄지는 건 지금 세상에 통하지 않는다.

요즘은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면 CEO가 되겠지'라는 것도 안일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대통령을 꿈꾸는가,그렇다면 대통령처럼 행동하라.' 이것이 현대의 모토다.

되고자 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할연습이 필요하다.

김도연 문화일보 기자가 펴낸 'CEO와 경쟁하라'(토네이도)는 직장인 성공학치고는 매우 당돌한 제목을 달고 있다.

CEO가 되겠다는 장기 비전과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뜻이다.

올봄까지 신문에 연재된 직장인을 위한 칼럼 '업그레이드 미'를 토대로 내용을 재구성했다.

2005년 말부터 1년반 동안 국내의 내로라하는 자기계발 전문가 50여명을 인터뷰하고 국내외 서적 등을 추려 CEO의 행동 양식과 따라하기 전략 56가지를 정리했다.

이 중에는 '간결한 문서에 해결책까지 담아라' '발표공포증을 극복하려면 말의 첫머리를 외워라' '와인의 향기가 고품격 리더를 만든다'까지 포함되는 바람에 전략이 너무 많아졌다.

CEO를 경쟁 상대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숙지하고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264쪽,1만2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