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일성으로 전면적인 당 개혁 방침을 내비쳤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23일 '당내 화합' 메시지를 던지며 연착륙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캠프 해단식 모임에서 "누가 인위적 인적쇄신을 한다고 했느냐.그런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며 어림도 없다"며 당내 인적쇄신 논란을 일축했다.

또 당내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내주 초 박근혜 후보를 만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 "인위적 인적쇄신은 없다"

이 후보는 이날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화합이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는 건 좋은 게 아니다"며 점진적 변혁을 강조했다.

"(당의) 색깔과 기능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정당이 비대하고 첩첩이다"는 이 후보의 당선 직후 발언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모든 갈등은 용광로에 넣어 녹이겠다"면서 "당 체질과 기능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당원 여러분의 자발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혁방침은 불변이되 사실상 온건한 방법론을 택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이 후보의 언급은 수위를 높여온 '정당개혁방침'을 놓고 당 조직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조기에 진화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 朴측 인사 끌어안을 듯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한 사람은 경선과정에서 어디에 있었든 같이 갈 것"이라며 탕평인사 원칙을 밝혔다.

특히 이 후보는 "경선 후 박근혜 후보가 보인 모습은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높여줬다"며 "다음 주 초쯤 박 후보에게 연락해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향후 선대위 인선 및 당직개편 과정에서 박 후보 측 인사들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족될 후보비서실과 후보특보단,대선기획단,유세지원단 등에는 측근 참모들과 함께 중립지대 인사,낙선후보 캠프 인사들이 골고루 기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후보비서실 비서실장에는 중도모임의 임태희 의원과 최병국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금 줄이겠다

이 후보는 이어 노타이 차림으로 남대문 시장을 방문,"집권하면 경제가 잘 되게 하는 게 1순위고 그 다음에 세금을 감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세금을 줄이면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비판하더니 갑자기 (세금을) 줄인다고 한다"며 "한나라당 감세 공약을 물타기 하기 위해 갑자기 하는 것 같다"고 정부의 감세안을 비판했다.

그는 "후보가 돼 가장 먼저 재래시장에 온 것은 서민경제,내수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내수가 어려워 시장 경제가 죽어간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 탐방을 마친 뒤엔 "수시로 민생을 탐방하고 정책 확정 작업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