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2시.중국 톈진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5분가량 달리자 거대한 피아노 생산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지 11만6000㎡,건물 5만9000㎡의 영창악기 중국 현지 공장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일자로 잘 정렬된 생산라인이 길게 펼쳐져 있다. 라인의 맨 앞쪽에서 중국 근로자들이 통나무를 저며 외장재를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종윤 중국법인 총경리(사장)는 "피아노는 가구와 기계 기술이 어울려 만들어진다"며 "특히 목재 기술이 섬세해야 음질 좋은 피아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 라인을 따라 안쪽으로 이동하자 액숀(해머뭉치),스켈레톤(피아노 줄을 매다는 금속 틀) 등의 모듈(부품뭉치)부착 작업이 이어지며 피아노 골격이 점차 갖춰지기 시작했다.

박 총경리는 "기존 생산라인에서 벽체와 천장을 빼놓고 다 바꿨다"고 소개했다. 톈진 공장은 라인이 그동안 지그재그로 얽혀있던 것을 자동차 생산라인처럼 일직선 모듈라인으로 뜯어 고쳤다. 공정에서 불필요한 곳은 없앴다.

그는 "그 결과 생산성이 30%가량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이 공장은 이와 함께 공정별 검사 실명제를 도입함으로써 불량률이 기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이 같은 중국 공장의 변신은 현대자동차 부회장 출신의 박병재 대표가 작년 7월 부임한 직후 추진한 경영혁신 활동인 '에쿠스 혁신'(영창시스템 이노베이션)'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산 고급 자동차 개념을 바꾼 현대자동차 에쿠스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피아노 생산에서도 이룬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 골자는 생산공장 전체를 자동차식 조립라인처럼 바꾸고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이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흐른 뒤 톈진공장은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피아노는 현재 월 3000대 정도.현지 안병만 기술이사는 "유럽과 중국 내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다음 달부터는 생산량을 500대가량 증산해 월 35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공장가동률이 50%에 불과했는데 요즘 전 직원이 출근해 오전 8시부터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고 안 이사는 소개했다.

중국 공장의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영창악기의 부활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5월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이후 매출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기 때문이다.

영창악기는 중국법인을 포함해 올 상반기 475억원 매출에 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 및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5%와 17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전체 규모(269억원)를 뛰어넘는 287억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가 "실적이 없으면 돌아오지 말라"며 해외 영업사원들에게 배수진을 칠 것을 엄명한 결과다.

영창악기의 목표는 최근 국민소득 2000달러를 넘기면서 피아노 보급기에 들어선 중국시장 1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건설경기 호황이 예상되고 있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테리어 성격이 강한 피아노는 건설경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전 세계 피아노 수요 인구 30억명 중 절반이 중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중국시장 1위가 세계 1위"라며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영창악기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종업원 5800명,연 매출액 2000억원이 넘는 세계 1위 피아노 생산업체였다.

톈진=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