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사장은 역사 철학 종교 등 인문학에 조예가 깊다.

해외 출장을 나가면 비즈니스 일정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에 달려가 나머지 시간을 보낸다.

유나이티드 문화센터 콘서트룸 한쪽 벽에 있는 장식장에는 현지 박물관에서 사온 골동품이 가득했다.

주로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모방품이지만,시리아에서 사온 고대원시 종교의 시조와 관련된 진품 조각도 눈에 띄었다.

"기업 경영을 안 했으면 무엇을 했을까"란 질문을 던지자 역시나 "고고학자가 돼서 중동이나 아프리카 쪽으로 다니고 싶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강 사장은 평소 인문학에 대한 이런 관심이 사업을 하는데도 귀중한 자산이 됐다고 강조한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면 해외시장 개척이 훨씬 쉬워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른바 '문화마케팅'이다.

"에티오피아 기업인을 만났을 때 에티오피아는 로마제국에 맞섰던 유일한 나라이며,솔로몬왕의 장남이 에티오피아왕이 됐기 때문에 솔로몬의 후예들이라고 얘기해 줬죠.그랬더니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며 좋아하더군요.

그 다음부터 사업 얘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의약품 수입 차 일본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한국에 들른 나이지리아의 한 제약회사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아 의약품 수출 계약을 따낸 것도 문화마케팅 힘이라고 한다.

"커피 한잔 하면서 얘기하는데 그 사람이 '용기 조를 아느냐'고 묻더군요.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알고 봤더니 여의도 순복음교회 당회장 조용기 목사 얘기더군요.자기는 그 사람을 가장 존경하며,순복음교회 한번 가는 게 평생 소원이라고 하더군요."

강 사장은 즉시 회사 직원 중에 순복음교회에 다니는 사람을 찾아,그 다음날 그 사람을 그곳으로 안내해 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 강 사장은 나이지리아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