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지리산 산행후 구체적 입장 표명
李후보 측근 `2선 후퇴론' 확산 주목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22일 "선대위 직책을 맡지 않고 2선으로 후퇴하겠다"고 밝혔다.

경선캠프의 좌장격이었던 이 최고위원은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서울시장 선거 선대본부장을 맡을 때부터 이 후보를 잘 알아왔다.

이 후보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만든 것을 끝으로 내 역할은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이 후보를 대통령을 만드는 일은 당이 천하의 인재들을 모아 하면 된다"며 `당중심론'을 역설했다.

그는 일부 측근들과 함께 24일부터 2박3일간 지리산 산행을 다녀온 뒤 자신의 결심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이 2선후퇴 입장을 굳힌 것은 경선 승리를 위해 캠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공신'들이 자발적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 후보에게 당 개혁 및 선대위 인선을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취지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아울러 자신의 사퇴가 당의 화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측의 최대 실세인 이 최고위원이 2선후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다른 측근들의 거취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선 캠프 비서실장을 지낸 주호영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이 후보를 찾아 뵙고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좋은 사람 쓰시라'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또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우리가 자리에 연연해서 무엇을 하겠느냐"고 말했고, 경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박형준 의원은 "이 후보에게 `프리핸드'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선대위에서 역할을 맡지 않고 2선으로 완전 물러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는게 당내 일반적 분위기다.

이 후보가 측근들을 전진배치 하지 않을 경우 안그래도 약한 당심을 장악하는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 후보 자신도 이 최고위원의 2선후퇴 입장에 대해 `할 일이 태산 같은데 그래도 되는 것이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측근 의원들도 "경선캠프가 해체됐으나 당은 후보를 맞을 완전한 준비가 안돼 후보가 중간에 뜬 상태"라면서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이 물러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23일 사실상 해체된 여의도 경선캠프에서 마지막 정리조회를 갖고 측근들에게 경선과정에서의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당부의 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내일 조회에 직접 참석한다"면서 "캠프를 정리하면서 고생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이런 저런 당부의 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