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안 되면 되게 하라'는 기업가적·합목적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선수들에게 정해진 규칙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이를 위반하면 호각을 부는 심판의 역할이 아니라,상대방 선수를 페인트모션으로 제치고 퇴장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반칙도 범하며 승리를 따내려는 공격수의 삶을 살아왔다.

서울시장이 된 이후에는 수많은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계천 복구를 이뤄냈고 버스 중앙차로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주창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새로운 법과 제도를 도입해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업과 개인들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고 규제를 푸는 쪽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공약을 통해 "공정거래법을 아예 경쟁촉진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차원에서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다.

반면 경쟁촉진법은 제한 없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기업의 규모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경쟁을 촉진시킬수록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이 과정을 통해 경제력 집중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에 경쟁촉진법은 대기업 탄생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이 될 수도 있다.

◆747공약으로 '부자의 꿈' 심겠다

이 후보가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또 다른 매력은 '돈'과 '성공'이다.

가난한 샐러리맨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거쳐 대통령 후보가 될 정도로 성공했고 돈도 많이 벌었다.

이 후보라면 우리 국민을 모두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이 그에 대한 높은 지지도를 뒷받침하는 한 축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747'공약은 이 같은 국민의 기대감을 적절히 활용하려는 경제분야 슬로건이다.

'매년 7%씩 성장해 4만달러 국민소득(1인당)을 10년 내에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내용을 숫자로 상징한 캐치프레이즈다.

이 후보가 제시하는 747을 타면 국민소득 4만달러의 선진강국으로 우리를 실어다주지 않겠느냐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4% 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를 연 7%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잠재성장률을 3%포인트 정도 높여야 한다.

이 후보는 △시장중시 △경제적 논리 우선 적용 △공급위주 정책 △법질서 엄정 확립 등을 7% 성장 달성을 위한 경제원칙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국가예산 10% 절감 및 정부 효율 극대화 △법질서 확립과 지역·계층 갈등 해소 △도로 철도 항만 등 물류인프라 확충으로 물류비 절감 △전 국토의 준경제특구화 △아시안 중국 일본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적극 추진 등을 내놓았다.

이 같은 방안들이 제대로 실현되면 우리 사회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은 말처럼 그리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990년대 눈부신 성장으로 '신경제'호황을 누렸던 미국에서도 잠재성장률은 당시 1%포인트 높아지는 정도에 그쳤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구조를 개혁하는 것만으로 성장률을 3%포인트 이상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감세정책은 한계 있을 듯

이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고 최저세율도 '순이익 1억원 이하 13%'를 '2억원 이하 10%'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특별세율(최저한세율)의 경우 10%에서 8%로 내리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세금경감 방안은 정부지출 개혁을 포함한 전체 그림을 따져봐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계속 늘어나는 정부의 지출을 그대로 둔 채 세금만 깎아주는 것은 후세대의 부담만 늘리는 적자재정 문제를 야기한다.

세목을 절반으로 축소·통폐합하고 목적세를 정비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인 세부담과는 무관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수 문제도 행정적인 문제여서 조세개혁으로 보기 어렵다.

장기보유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겠다고 밝혔으나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종합부동산세는 당분간 현행대로 가겠다"고 되돌리기도 했다.

대중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의 한계를 대통령이 됐을 때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조세개혁의 관건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