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졸리딘디온 계열 심장병 부작용 논란

DPP-4 억제제 연내 시판…판도 변화 예상

영국의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아반디아(로시글리타존)와 미국의 릴리가 내놓은 액토스(피오글리타존) 등 치아졸리딘디온 계열(인슐린처럼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화합물)당뇨병 치료제가 심장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 약을 장기복용할 경우 심근경색을 초래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 여부가 주요 논쟁 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치료제의 맹점을 극복한 DPP-4 억제제가 올해 안에 국내 시판될 예정이어서 당뇨병약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올 전망이다.

◆치아졸리딘디온 계열 무엇이 문제인가

이들 약은 말초의 지방세포 및 근육세포의 핵안으로 침투해 PPAR-γ(감마)수용체와 결합한다.

이에 따라 당을 세포 내로 끌어들이는 신호전달 물질인 'GLUT'의 활성이 증가해 혈당이 떨어진다.

또 PPAR-γ가 자극받으면 지방세포에서 지단백 분해효소(LPL)가 만들어져 중성지방이 유리 지방산으로 분해된 후 지방세포 내로 유입된다.

이 때문에 근육세포가 유리 지방산 대신 당을 태우므로 간접적으로 혈당치가 낮아진다.

그러나 LPL의 작용으로 중간밀도 지단백(IDL),저밀도 지단백(LDL),콜레스테롤 등이 혈액에 남아 혈중 농도가 증가될 수 있다.

동맥경화나 심근경색이 LDL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 계열약이 심근 경색 발생과 무관할수 없다는 추정이다.

이번 부작용 논란은 지난 5월 말 미국 클리블랜드 심장클리닉의 스티븐 니센 박사 등이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당뇨환자가 아반디아를 복용할 경우 심장발작(심근경색)을 일으킬 확률이 43% 증가한다는 논문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이 연구는 아반디아를 복용한 환자 1만5560명과 다른 당뇨병약을 환자를 대조분석한 42건의 기존 연구를 재분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이 같은 메타 연구 방식은 약물의 이상반응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릴수 없는 방법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국내 당뇨병 전문의들은 이러한 논쟁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인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한 환자에게 아반디아만큼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낮출 약이 아직까진 없다는 것.그러나 미국 의료계 일각에서는 혈당치만 내려간다고 당뇨병이 전적으로개선된다고 볼 수 없으며 약값 대비 약효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반론을 내놓고 있다.

한편 미국과 한국의 보건당국은 지난 15일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게 치아졸리딘디온계 약물을 사용하지 말도록 하는 기존 경고문구 표시를 강화키로 했다.

울혈성 심부전은 심장의 수축기능에 문제가 생겨 심장안에 혈액이 고이게 되는 것으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과는 다른 질환이다.


◆DPP-4억제제 올해 안에 뜬다

인체에 내장된 '인크레틴'혈당조절 시스템을 강화하는 DPP-4 억제제가 기존 당뇨약의 맹점을 해결할 약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MSD의 '자누비아'와 한국노바티스의 '가부스'가 그 주인공이다.

음식을 먹으면 위장관에서 GLP-1,GIP라는 호르몬이 나와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고 췌장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간에서 당을 새로 만들어냄)의 분비를 억제한다.

이에 따라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이 떨어진다.

DPP-4억제제는 GLP-1,GIP호르몬의 활동을 저해하는 DPP-4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자연스런 혈당조절 시스템을 운영한다.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기존 설포닐우레아계 당뇨병약은 이미 기능이 저하된 췌장베타세포를 자극해 억지로 인슐린을 짜내는 것에 비유할수 있다면 DPP-4억제제는 베타세포가 더 이상 지치지 않게 하면서 인슐린 합성량이 증가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DPP-4억제제는 식후 혈당 상승에 반응해 혈당을 적절히 내리므로 기존 약보다 저혈당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고 고인슐린혈증으로 인한 체중증가의 위험도 적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독으로 쓰면 기존 약보다 혈당조절 효과가 낮을 수 있어 다른 약과 병용처방이 필요할 수 있다.

자누비아는 올 하반기,가부스는 내년 상반기에 국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