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두-.꽁무니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행사장에 들어서자 4000여명의 청년들은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일곱 대의 오토바이 중 두번째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사람은 미사집전을 위해 흰색 제의를 입은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지난 20일 저녁 8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성이시돌센터 내 젊음의집 대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한국가톨릭청년대회 축제미사는 이처럼 파격적인 분위기로 시작됐다.

축제미사는 지난 1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열린 가톨릭청년대회의 하이라이트로 마련된 행사.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장 조규만 주교 등 주교단만 11명이나 됐고,사제단도 100여명에 달했다.

또 각 교구를 상징하는 깃발과 휘장,화려한 무대 조명 등은 이날 미사의 축제 분위기를 더했고 초저녁까지 비를 뿌렸던 구름이 때마침 십자가 형상을 이루면서 참석자들을 열광시켰다.

18일 개막미사 때 당나귀를 타고 입장했던 강 주교의 이날 오토바이 입장은 젊은이들의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하기 위한 것.축제를 위한 퍼포먼스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복음을 봉독하기 전에는 남녀 청년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통해 그리스도의 말씀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말씀 모시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복음 봉독 순서는 요한복음 17장을 제주 방언으로 봉독해 관심을 모았다.

"예수님은 요영 고라낭 하늘을 베레멍 또시 고라십쥬.'아버지,때가 와수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이녁 아들을 영광스럽게 맹그러 주십서….'"(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주십시오…')

이어진 강론에서 강 주교는 "주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하느님께서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돌보고 수용하며 용서한다는 것"이라며 민족·국가 간의 편가르기와 힘의 대결을 끝내고 평화의 세기를 여는 데 젊은이들이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강 주교는 "평화의 섬 제주에 젊은이들을 보낸 주님의 뜻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론에 이은 성찬전례에서는 청년신자들이 자신의 소망을 쓴 엽서를 담은 24개의 기도함을 봉헌하는 퍼포먼스와 천상교회를 상징하는 부채와 하늘 깃발,지상 교회를 상징하는 교구·본당 깃발이 어우러지는 '거룩하시도다'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정 추기경은 이날 미사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청년대회를 통해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 힘든 청년들이 서로 힘을 합치면 어떤 난관도 뚫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