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M&A를 통한 경영권 변동 공시가 하루 평균 4∼5건에 이를 정도다. M&A테마가 붙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시장 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스닥 M&A가 급증하는 것은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 데다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이 과거보다 쉬워지면서 상장사 인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머니게임으로 변질 코스닥 M&A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 현재까지 코스닥시장에서 M&A 등을 통해 최대주주가 바뀐 곳은 모두 287개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5개사)보다 55.1% 급증한 것으로 전체 코스닥 상장사의 28.9%에 해당된다. 코스닥 기업 3개 중 1개꼴로 올해 주인이 바뀐 셈이다.

한 증권사의 M&A 담당자는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M&A 가운데 십중팔구는 머니게임 성격이 짙다"며 "경영권을 인수한 후 M&A 등을 재료로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남기고 파는 세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 I사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고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최대주주가 됐던 S사의 경우 경영권 분쟁을 재료로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주식 전량을 I사의 최대주주에게 되팔았다. S사는 이 과정에서 매입 가격의 35% 정도의 차익을 남겼다. I사 주가는 그러나 S사가 적대적 M&A를 포기하면서 크게 되밀려 뒤늦게 뛰어든 개인들의 경우 큰 손실을 봤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회사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뀐 사례도 있다. 선양디엔티가 대표적으로 이달 들어서만 최대주주가 세 번이나 변경됐다. 코아정보시스템이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했다고 공시한 지 하루 만에 라파앤컴퍼니로 지분이 넘어갔고,다시 사흘 만에 테마파크업체인 엠에스씨로 경영권이 넘겨졌다. 이를 재료로 주가는 최근 보름 새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M&A의 특징 중 하나는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지분을 늘려 차익을 극대화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M&A 테마주 추격 매수엔 신중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부장은 "M&A 재료가 붙으면 주가가 급등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익을 챙기는 주체는 대주주를 비롯한 내부자들이고 뒤늦게 추격 매수하는 일반투자자는 대부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최대주주가 바뀐 오엘케이의 경우 경영권 매각 공시가 나가기 7일 전부터 주가는 급등세를 이어오다 매각 공시로 일반인에게 알려진 후에는 사흘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특히 오엘케이의 전 대주주는 과거 주력이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부진하자 올초 자원 개발에 새로 나선다고 발표해 주가를 끌어올린 후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자원 개발 테마주인 유아이에너지도 지난 20일 현대페인트를 M&A한다고 공시했지만 이미 5일 전부터 현대페인트 주가는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를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M&A를 통해 기업가치가 좋아지는 경우에 한해서만 선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M&A를 통해 자원 개발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사업 분야에 진출한다며 증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