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몸담던 업체에서 영업 비밀을 빼내 또 다른 회사를 차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부도덕한 사업 관행에 제동을 거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존앤존PC방을 운영하는 ‘퍼스트에이엔티’에서 일하다 2005년 퇴사,‘로하스PC방’을 만들어 가맹사업을 벌여온 Y,P,L씨 등 3명을 배임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6~8개월,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빼낸 영업 비밀을 토대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한 뒤 마치 새로운 시스템인양 예비 창업자들을 현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은 피해를 입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퇴사한 직원들의 범법 사실을 입증하기가 힘들어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존앤존PC방은 2002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368개 가맹점이 문을 열고 있는 PC방 선두권 업체다.

백호근 퍼스트에이엔티 사장은 “2005년 PC방을 운영하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홈페이지가 우리 회사 것과 유사하다는 제보를 받은 뒤 은밀히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회사가 사용하는 가맹계약서 등 모든 영업자료 양식이 우리 것과 똑같아 내부 자료가 유출됐다는 확신을 갖고 2006년 4월 서울 방배경찰서에 퇴사한 세사람을 영업비밀 침해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고 말했다.Y,P,L씨 등 세 사람은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돼 1년만에 징역형이 떨어진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존앤존PC방의 단가표,원가표,가맹점 수익분석서,자금현황 등 핵심 자료를 가져가 로하스PC방 운영에 이용함으로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피고인들이 공모해 존앤존PC방 개점을 위해 상담하던 예비창업자를 로하스PC방 가맹점으로 가입토록 유도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맥주전문점 ‘쪼끼쪼끼’를 운영하는 태창가족도 지난 3월 맥주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서유기’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검찰이 약식 기소라는 경미한 처분을 내리자 태창가족은 이에 불복,서울고검에 항고한 상태다.

신현호 태창가족 법률고문은 “영업,물류,조리,인테리어,고객상담,구매,기획 등 핵심 부서 간부들이 2005년 초 집단 퇴사한 뒤 같은 컨셉의 맥주점 가맹사업을 벌여 큰 타격을 입었다”며 “프랜차이즈 업계에 만연한 이같은 관행을 뿌리뽑으려면 검찰이나 법원에서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맹본사의 지적재산권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이병억 프랜차이즈협회장은 “변호사 변리사 교수 등 전문가들을 모시고 지적재산권의 중요성과 침해방지 방안 마련 등에 관한 세미나를 조만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 변호사(한경 창업자문위원)는 “영업비밀을 빼내 또다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난무하는 것은 가맹본사들이 자신의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를 소홀히 한 데도 원인이 있다”며 “법원도 지적재산권 도용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이호택 로하스PC방 홍보팀장은 “이 사건은 1심 판결로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항소심 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로하스PC방 체인사업본부인 아이비유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영상,운영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