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미국사회에는 '한 방울의 법칙(One drop rule)'이라는 게 있었다.

인종을 구분할 때 쓰는 기준으로,흑인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여 있으면 곧 흑인으로 취급됐다.

흑인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사고 팔았던 시절,백인들은 그 자손들도 당연히 물건처럼 갖고 싶었을 것이다.

혼혈과 이방인에 대한 냉대와 편견은 아직도 지구상에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교묘한데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한 예일 것이다.

유색인종이나 못 사는 나라 출신의 국민들은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했다 해도 차별을 당하기 일쑤다.

다민족 국가에서 늘 지적되는 현안들이다.

엊그제 유엔 인종철폐위원회가 "한국은 단일민족국가라는 의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이 순수혈통을 내세우면서 은연중 인종적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현실적인 예로 외국 여성배우자들에 대한 잠재적인 학대를 지적했다.

우리 농어촌 남성들이 외국인 신부를 받아들이면서 언어와 관습 등의 차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그 자녀들이 피부색이 달라 학교에서 곤란을 당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 거주하는 100만명의 근로자들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불과 10여년의 짧은 기간 동안,급격한 사회적·경제적인 변화로 인해 일어난 일들이어서 미처 준비가 안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따지고 보면 단일민족이라는 배달민족은 우리의 정체성을 상징하면서 또한 자긍심이었다.

끊임없는 외침을 막아냈던 결정적인 동력이기도 해서 단일민족의 개념을 그리 쉽게 폄하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유엔의 권고가 분명 일리가 있긴 하다.

차제에 외국인 여성배우자와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법적으로 정비하고 아울러 이들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교육을 서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