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파문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FRB의 정책금리 조기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최근 콜금리를 두달 연속 올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제자리로 되돌려놓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은,"국내 자금시장 문제 없어"

한은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으나 실물경기가 훼손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반적인 금융 환경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원화 자금시장은 오히려 돈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실제로 거래된 콜금리는 연 4.98%로 콜금리 목표치인 연 5.0%를 밑돌았다.

지난 10일 최고 6.8%까지 치솟았던 외화 콜금리도 평소 수준인 5.2~5.4% 수준으로 안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재할인율금리(primary credit rate) 인하와 같은 단기유동성 지원책이 국내에서 동원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미국식 재할인율 제도가 없다.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한은이 금융회사에 정책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유동성조절대출 제도가 있으나 과거 부실은행 합병 등 특수한 경우에만 활용했다.

한은은 내년에 미국의 재할인율 제도와 유사한 '대기성 여수신 제도'를 도입할 계획인데,콜금리에다 1%포인트 높은 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과잉유동성 해소 기대

한은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이슈가 실물경제 악화로 확산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 문제가 됐던 과잉유동성이나 자산가격 거품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의 전 세계적인 유동성 팽창에는 신용파생상품이 커다란 기여를 했는데,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신용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또 미국 FRB가 정책 금리인하를 쉽게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FRB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진영은 헤지펀드나 일부 투자은행 등 그동안 무리한 투자로 큰 손실을 입은 세력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의 손실을 중앙은행이 나서서 저금리 자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한은 금통위원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지난 10일 콜금리 인상을 결정했을 당시보다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통화정책이 좀더 유연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이 실물 부문으로 확산되면 FRB도 금리인하를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