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켰는데 주가가 너무 폭락해서 제 눈을 의심했어요. 순간 전산 고장으로 숫자가 잘못 입력된 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개인과 외국인의 투매로 주가가 사상 최대 낙폭을 보인 16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신증권 여의도 객장을 찾은 안정현씨(34·회사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주식을 안 하다가 지난달 말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자 정말 주식의 시대가 온 것 같아 적금을 깨서 2000만원어치를 샀는데 보름 만에 600만원이 날아갔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매수에 나서는 사람들도 없어 팔고 싶어도 팔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개인들은 이날 지수가 13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자 거의 패닉 상태에 휩싸였다.



◆속타는 개인투자자

'급등락장에서는 항상 개인들이 상투를 잡는다'는 증시의 속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통했다. 지수가 2000을 넘어 급등 부담 경고가 잇따르던 와중에도 연일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리던 개인들은 급락장에서도 외국인이 쏟아내는 매물을 받아가며 순매수하기에 바빴다. 실제 지난달 27일 코스피지수가 80.32포인트 급락했을 때 개인은 오히려 7138억원 순매수했고,지수가 각각 76.82포인트,81.19포인트 빠진 8월1일과 10일에도 5838억원,7412억원씩 사들였다.

개인들로선 나름대로 저가매수에 나선다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하락장 '물타기'로 손실만 키운 셈이었다.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15% 정도 하락했지만 개인들이 주로 매매하는 종목들은 불과 보름 만에 30% 이상씩 빠진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의 테마주에 손을 댔던 개인들의 경우 연속 하한가로 계좌에 남은 증거금까지 다 사라져 이른바 '깡통계좌'를 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신용거래 반대매매 속출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걸릴 정도로 지수 낙폭이 컸던 것은 무엇보다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개인들의 신용매매 탓이었다.

지수가 1800을 넘어 2000까지 급등하면서 개인들의 신용융자를 통한 주식 매수금액은 한때 7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했다. 그러나 보름여 만에 지수가 30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개인 신용거래 계좌 잔액이 담보비율 밑으로 떨어지자 증권사들이 인위적인 반대매매에 나섰고 이게 이날 낙폭을 확대시킨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연하 동양종금증권 방배본부점 부장은 "신용융자 만기가 보통 90~150일이어서 지난 5~6월에 신용거래를 신청한 투자자들의 만기가 이때 몰려 있다"며 "16∼17일 신용거래 반대매매 물량이 가장 많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14일 현재 5조273억원에 달한다.

한편 펀드의 경우 예상외로 낙폭이 커지면서 일부 거치식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환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다수 적립식 투자자들은 아직 관망세다.

김태완/이미아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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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주가가 급락할 경우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다.

직전 매매거래일보다 10%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경우 현·선물시장에 동시에 발동된다.

거래 중단 후 20분이 지나면 일괄 해제된다.

이후 10분간 호가를 접수해 단일가 처리하고 그 후부터는 접속 매매가 이뤄진다.

◆사이드카(Sidecar)=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코스피200에 대한 선물거래 종목 중 직전 매매거래일의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의 가격이 5% 이상 하락(상승)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프로그램매매의 매도호가(매수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한다.

코스닥시장은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의 가격이 6% 이상 하락(상승)할 때 발동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