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05년 여름.

남광토건 이동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아프리카 산유국인 앙골라에서 날아온 팩스 한 장을 놓고 숙의를 거듭했다.

현지 국영 석유업체인 소낭골사가 9000만달러짜리 초대형 컨벤션센터를 지어달라고 요청해온 것이었다.
1970~ 1980년대 중동 지역에서 명성을 떨쳤던 건설명가의 옛 영화(榮華)를 재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공사일정도 빠듯했다. 이듬해 4월23일 그 컨벤션센터에서 아프리카 석유장관 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착공 후 8개월 안에 완성해야 하는 부담이 따랐다.

해외 건설업체들은 물론 국내 대형업체들도 모두 두 손을 들어버렸을 정도로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남광토건은 기꺼이 '도전'을 택했다.

공기를 맞추려면 철야작업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500여명의 한국인 기능공과 함께 국내 건축 기자재까지 현지로 공수해가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앙골라 최초의 유리 외벽을 갖춘 건평 2만5000평 규모의 컨벤션센터가 준공됐다.

아프리카 석유장관 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이었다.

발주처인 소낭골사가 감동한 것은 오히려 당연했다.

승부수는 대성공이었다.

이 공사를 계기로 앙골라 이곳저곳에서 각종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동철 사장은 "앙골라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도전한 첫 프로젝트를 계기로 우리 회사는 해외 건설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밝혔다.

■굴곡 많았던 60년

남광토건은 1947년 창립돼 지난달로 꼭 60주년을 맞았다.

1977년 국내 도급순위(현 시공능력평가) 7위에 1982년 '해외건설 10억불 탑'을 수상했을 정도로 탄탄대로를 달렸지만,이후 시련이 거듭됐다.

첫 위기는 1986년에 찾아왔다.

정부의 산업합리화 조치에 따라 쌍용그룹에 인수됐다.

1997년 말 외환위기는 결정타가 됐다.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1999년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사세는 급격히 위축됐다.

남광토건은 절치부심 끝에 2002년 4월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회사 매각 과정에서 전(前) 대표이사가 공금(574억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그해 5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29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많은 임직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등졌다.

그러다 2005년 1월 제철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알덱스와 씨씨에스(충북방송)로 구성된 알덱스 컨소시엄을 대주주로 맞으면서 회사가 다시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매출·수주액·순이익 등 모든 경영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인 '하우스토리'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남광토건은 2010년 국내 10위권 건설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앙골라시장에선 독무대

실제 요즘 남광토건 임직원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꽉 차 있다.

제2의 창업을 위한 재도약 발판은 역시 앙골라다.

2005년 컨벤션센터를 첫 수주한 이후 대형 공사를 거의 대부분 따내며 이 나라의 오일머니를 대거 쓸어담고 있다.

현재도 2억달러 규모의 미라마르타워를 비롯,무탐바연구소(2800만달러),소낭골 본사(1300만달러) 등을 한창 건축 중이다.

이 회사는 자신감을 얻어 올해 초 아예 앙골라의 첫 파트너였던 소낭골과 함께 현지 합작법인(NIEC)을 세웠다.

남광토건 지분은 45%다.

회사 측은 소낭골사 자체의 발주 물량이 계속 늘고 있어 수익 구도가 탄탄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NIEC를 통해 △인터컨티넨털 호텔(1억8600만달러) △탈라토나 컨벤션 호텔(9000만달러) 등을 수주한 데 이어 △ZR9 주거복합단지(1억5000만달러) △앙골라 트레이닝센터(2억달러) △앙골라 소요 LNG탱크(1억달러) 등의 대형 공사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대회를 위해 수도 루안다에서 신축되는 3억달러짜리 축구경기장도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회사 측의 귀띔이다.

남광토건이 지금까지 앙골라에서 수주한 금액만 6억700만달러에 달한다. 조만간 7억~8억달러 규모의 추가 공사를 딸 수 있을 전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발생하는 경상이익의 20%가 앙골라 사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업 발굴 적극


남광토건은 최근 신사업개발팀을 신설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적극 개발하기 위해서다.

사업다각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

이 회사는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대북사업에 참여,다음 달부터 개성공단 내에 철골공장을 짓는다.

내년 3월부터 월 800t의 철골을 생산,공단 안팎의 업체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경북 군위에서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봉화에도 사업비가 1000억원이 넘는 2차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이곳에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한국전력에 일괄 납품한 다음 15년에 걸쳐 시설비 및 운영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제주 등지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검토 중이다.

레저사업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충북 보은군에 2013년까지 총 3695억원을 들여 '신정지구 종합리조트'를 개발할 예정이다.

396만7000㎡(120만평) 규모로,골프장 호텔 콘도 허브단지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게 된다.

또 경기 포천에선 골프장 건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외사업은 앙골라에 이어 베트남 리비아 중국 태국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베트남에서는 수도 하노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대단지 주택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현재 10% 안팎인 해외사업 비중을 수년 안에 25%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