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협약 관련 논의가 올 하반기 세계적인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10위(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2012년 이후엔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될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재정경제부 직원게시판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다녀와서(7월30일∼8월4일)'란 글을 통해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기후변화 대처의 중요성을 강조한뒤 "각국은 기후변화 협약과 관련해 시장원리에 의한 대처가 핵심 해결방안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고 이를 핵심 아젠다로 삼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2009년까지 포스트-교토체제 합의 목표

올해 기후협약 문제가 부각된 이유는 2005년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38개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과)의 제1차 공약기간이 2012년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선·후진국 간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다루기 위해 논의를 서둘러 시작한 것이다.

우선 G8 국가들은 지난 6월 독일 정상회의에서 국제연합(UN)을 중심으로 2009년까지 포스트-교토협상을 완료키로 합의했다.

특히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이 중국 인도 한국 등 온실가스 다배출 개도국을 포함한 15개국 회의를 제안하면서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각국은 오는 9월 말 연쇄적으로 열릴 UN 차원의 '기후변화 고위급 회의'와 미국 주도의 '15개국 회의'에서 정치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뒤 올 12월 개최되는 제13차 기후협약(UNFCC) 당사국총회에서 '협상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다.

조태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기후변화협약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올 하반기에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될 것"이라며 "한국도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포함 확실시

이 같은 국제적 논의는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국이자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2008∼2012년)엔 개도국으로 인정돼 의무감축국 신세는 피했지만 2013년부터는 의무감축국으로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럴 경우 경제 및 산업피해는 불가피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에너지세나 탄소세 제도를 도입해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에 비해 5%를 저감한다면 약 1%의 국내생산(GDP) 손실이 발생하고 10% 저감했을 경우에는 2%,15%를 저감했을 때는 약 3%의 손실이 예상된다.

최재철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은 "한국의 경제적 지위와 국제적 압력 등을 감안하면 더 이상 의무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어차피 의무를 지게 될 바엔 적극적으로 포스트-교토협상에 뛰어들어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평가에 에너지 효율성 개선이 반드시 인정돼야 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율 의무화 등은 경제성장에 장애물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원자력발전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권 부총리는 "배출량이 화석연료의 1%에 불과한 원자력발전의 효용은 커진 반면 기술 발전으로 잠재적 안전 비용은 비약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과거 기준에 근거해 원자력을 평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