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고교생 '대학과목선이수제(AP)'도입 첫해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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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우수한 고교생이 방학을 이용해 대학이 개설한 강의를 듣고 대학에 진학 후 학점으로 인정받는 대학과목선이수제(AP)가 시범운영 첫해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AP 성적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 탓에 대부분의 고교생이 AP 이수를 시간 낭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 AP 도입 첫해부터 존폐 위기
12일 교육부로부터 올해 여름방학 AP 운영 시범대학으로 지정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부산대 상지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8개 대학에 따르면 AP강좌 수강생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연세대에서 개설한 국어 영어 등 인문계열 과목 일부를 제외하면 과목당 수강생 수가 3~10명 선에 그치고 있다.
부산대와 상지대의 경우 학생 부족으로 아예 AP강좌 개설을 포기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물리과목의 경우 9명이 신청했는데 그중 2명이 중도에 그만둬 7명으로 수업을 진행했다"며 "학생들의 호응이 없어 계속 AP를 운영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AP를 외면하는 이유는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과학고의 진학담당 교사는 "서울과학고의 경우 AP 수강 신청을 한 학생이 1명뿐"이라며 "한국의 고교생들은 대입에 상관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 AP는 인기 폭발
국내 대학의 AP와 대조적으로 미국 대학이 운영하는 AP 지원자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 대학 AP는 국내 대학 AP와 달리 소정의 시험만 치르면 학점을 딸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시험은 미국 전체 고교의 AP를 주관하는 기관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가 주관하며 1년에 한 번 5월에 시행된다.
물리 화학 등 주로 이공계열 과목만 개설돼 있는 한국과 달리 미시·거시 경제학,통계학,화학,물리학,컴퓨터 공학 등 선택의 폭이 넓다.
김철영 세한 아카데미 원장은 "특목고 해외 대학 진학반 학생들이 주로 미국 대학 AP 시험에 응시한다"며 "AP 시험 전인 1월께에는 한 반에 200명 정도의 학생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스티븐 아카데미 부원장은 "최근에는 국내 대학 국제학부 등도 미국 대학 AP 성적을 대입에 반영하기 때문에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까지 미국 AP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AP성적 대입 반영하면 사교육 창궐
일선 고등학교와 수험생들은 미국 AP 성적은 대입에 반영하고 국내 AP는 반영하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연세대에서 AP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박재범군(강서고 2학년)은 "미국 AP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성적을 딸 수 있고 국내 AP는 한 달가량 학교로 등교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국내 AP 수강자들이 훨씬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도 대입에 메리트가 전혀 없는 것은 역차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들은 '국내 AP 성적을 대입에 반영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에서 획득한 AP 성적이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완할 수 있는 전형요소로 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고려대를 포함,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에서 딴 AP 성적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육부다.
교육부는 "국내 AP 성적의 대입 반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AP를 대입에 반영할 경우 AP를 겨냥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창궐할 것이 뻔하다"며 "고등학교 공교육의 정상화를 해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선화/송형석 기자 doo@hankyung.com
AP 성적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 탓에 대부분의 고교생이 AP 이수를 시간 낭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 AP 도입 첫해부터 존폐 위기
12일 교육부로부터 올해 여름방학 AP 운영 시범대학으로 지정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부산대 상지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8개 대학에 따르면 AP강좌 수강생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연세대에서 개설한 국어 영어 등 인문계열 과목 일부를 제외하면 과목당 수강생 수가 3~10명 선에 그치고 있다.
부산대와 상지대의 경우 학생 부족으로 아예 AP강좌 개설을 포기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물리과목의 경우 9명이 신청했는데 그중 2명이 중도에 그만둬 7명으로 수업을 진행했다"며 "학생들의 호응이 없어 계속 AP를 운영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AP를 외면하는 이유는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과학고의 진학담당 교사는 "서울과학고의 경우 AP 수강 신청을 한 학생이 1명뿐"이라며 "한국의 고교생들은 대입에 상관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 AP는 인기 폭발
국내 대학의 AP와 대조적으로 미국 대학이 운영하는 AP 지원자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 대학 AP는 국내 대학 AP와 달리 소정의 시험만 치르면 학점을 딸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시험은 미국 전체 고교의 AP를 주관하는 기관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가 주관하며 1년에 한 번 5월에 시행된다.
물리 화학 등 주로 이공계열 과목만 개설돼 있는 한국과 달리 미시·거시 경제학,통계학,화학,물리학,컴퓨터 공학 등 선택의 폭이 넓다.
김철영 세한 아카데미 원장은 "특목고 해외 대학 진학반 학생들이 주로 미국 대학 AP 시험에 응시한다"며 "AP 시험 전인 1월께에는 한 반에 200명 정도의 학생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스티븐 아카데미 부원장은 "최근에는 국내 대학 국제학부 등도 미국 대학 AP 성적을 대입에 반영하기 때문에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까지 미국 AP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AP성적 대입 반영하면 사교육 창궐
일선 고등학교와 수험생들은 미국 AP 성적은 대입에 반영하고 국내 AP는 반영하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연세대에서 AP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박재범군(강서고 2학년)은 "미국 AP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성적을 딸 수 있고 국내 AP는 한 달가량 학교로 등교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국내 AP 수강자들이 훨씬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도 대입에 메리트가 전혀 없는 것은 역차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들은 '국내 AP 성적을 대입에 반영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에서 획득한 AP 성적이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완할 수 있는 전형요소로 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고려대를 포함,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에서 딴 AP 성적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육부다.
교육부는 "국내 AP 성적의 대입 반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AP를 대입에 반영할 경우 AP를 겨냥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창궐할 것이 뻔하다"며 "고등학교 공교육의 정상화를 해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선화/송형석 기자 doo@hankyung.com